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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편히 보기 힘들 수 있습니다 - 꼭 알아야 할 실화에 대한 영화

이런 영화 찾고 있나요?

by 호누s 2021. 1. 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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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편히 보기 힘들 수 있습니다 - 꼭 알아야 할 실화에 대한 영화

 

교과서 속에서, 책 속에서 몇 문장으로 알게 되는 사건들과 눈 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하게 되는 사건과는 매우 큰 간극이 있습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와 닿는 것은 다릅니다. 오늘은 그런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우리 역사의 오점이자 잊어서는 안 될 사건들, 그 사건, 그 분위기, 당시의 사람들을 가장 피부로 와닿게 표현한 영화들입니다. 


1. 사울의 아들 (Saul Fia, 2015)

감독: 라즐로 네메스

장르: 드라마, 전쟁

러닝타임: 1시간 47분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 곳에서 새로들어온 유태인들을 가스실로 데려가 그 끔찍한 행위를 행하는 것도, 그 뒤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도 모두 유태인들의 일입니다. 이 곳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작업자들을 '존더코만도'라 불렀습니다. 주인공 사울도 존더코만도입니다. 어느 날 가스실에 시체를 처리하러 들어간 사울은 아직 죽지 않은 어린 소년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모습에 놀라고 있던 사이 나치가 들어와 소년을 죽인 후 왜 죽지 않았는지 부검을 하라 지시합니다. 그러나 사울은 부검의를 따라가 아들이라며 장례를 치르게 해 달라 하는데, 이 요청을 들어줄 리가 없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사울은 아들의 시신을 빼내온 후 랍비를 구해 정식으로 장례를 치르고자 합니다. 동시에 아우슈비츠의 존더코만도 사이에서는 반란을 일으킬 준비가 진행 중인데...

 

10년 전쯤, 다크 투어의 일환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방문했습니다. 과거의 끔찍했던 현실이 켜켜이 쌓인 무거운 공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 영화는 이에 대해 제가 글로 배우고 현장에서 느낀 것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존더코만도라는 뜻을 증명하는 'X'표시가 그려진 옷을 입은 사울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따라갑니다. 화면 중앙의 반 이상이 대부분 사울의 모습을 비추고, 초점도 그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저 초점 없이 흐릿하게 보일 뿐입니다. 마치 사울 뒤에 바로 붙어서 어깨너머 이 현장을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연출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몇 분일뿐, 배경이 자세히 보이지 않아 다행일 정도로 현장의 끔찍함이 느껴집니다. 짐짝처럼 쌓인 발가벗은 시체들, 이 와중에 아무런 감정표현도 하지 못하는 존더코만도의 모습, 한 순간에 총살당하는 무고한 사람들. 평론가들의 말을 빌려 이 영화는 '지옥도'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울이 이토록 아들의 장례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점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2.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 (2012)

감독: 오멸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시간 48분

 

1948년 11월, 제주도. 섬에는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며 흉흉한 소문이 들려옵니다. 해안선 밖 5km 지역의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로 간주해 토벌대가 사살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이 소문을 피해 사람들이 삼삼오오 피난을 가던 상황. 소문은 사실이었습니다. 동광리에 토벌대가 찾아듭니다. 마을 사람들을 모아 두고 열 명을 본보기로 총살시키는 끔찍한 사태가 일어나고, 마을은 쑥대밭이 됩니다. 동광리 사람들은 토벌대를 피해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산속으로,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드는 사람들. 이들은 큰넓궤라는 동굴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청년들이 음식을 조달하고, 동굴 속의 사람들은 감자를 나눠 먹으며 두고 온 가축들과 집 걱정을 함께하는데, 결국 큰넓궤가 토벌대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여러분은 제주 4.3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시나요? 눈 내린 겨울의 제주도, 공포스러운 토벌대, 그저 평온하게 살고 있던 사람들의 일상이 불붙듯이 스러지는 상황에서 무고한 생명들이 죽어나갑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며, 큰넓궤 동굴도, 동광리 무등이왓 마을도 실제 지명입니다. 여전히 동광리 사람들이 살던 마을은 복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죠. 제주 4.3 사건은 당시 남조선노동당 좌파세력과 미군정에게 모두 책임이 있는 사건입니다.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정치화해 좌파진영의 운동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남조선노동당의 책임이며, 이것 때문에 제주 사람 대부분을 좌파 빨갱이로 몰아 인정사정없이 학살을 자행한 것은 미군정의 토벌대의 책임입니다. 이 사건으로 제주도민의 8분의 1이 사망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죠. 이념 차이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간 이 사건은 한국전쟁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기록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당시 자행한 행위의 방법과 정도가 지나치게 잔혹하고 끔찍하며, 지금도 4.3 사건 피해자의 유해 발굴 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힐링과 감성의 섬으로 유명해진 오늘의 제주도, 오늘의 이미지에 가려진 아픈 과거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랍니다. 

 

 

3. 킬링 필드 (The Killing Fields, 1984)

감독: 롤랑 조페

장르: 전쟁, 드라마

러닝타임: 2시간 39분

 

1973년 캄보디아, 공산주의 크메르 진영을 축출하기 위해 미군은 폭격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중 잘못된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대량 발생한 곳에 뉴욕타임스 기자인 시드니가 취재차 잠입합니다. 시드니는 캄보디아인, 프란의 도움으로 취재를 시작하는데, 상황은 점점 캄보디아 정부가 위태로워지고 있었습니다. 크메르 루주군이 시시각각 전국을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끝까지 취재를 위해 남은 시드니와 프란. 이제 수도 프놈펜이 크메르 루즈군에게 넘어갔습니다. 위험이 목전에 다가온 순간 시드니 또한 잡혀 처형의 위기에 처하는데, 겨우 살아나 프랑스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다행히 시드니는 살았지만 캄보디아인인 프란은 구하지 못했죠. 이제 프란은 스스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반공을 외치던 그 시절 우리나라에서 반공주의 교육 삼아 이 영화를 그렇게 많이 틀어줬다고 하죠. 이 영화는 크메르 루즈군이 자행한 끔찍한 킬링필드 사건 그 자체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앞뒤로 미군의 영향은 제외하고 말이죠.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만큼, 오늘은 300만 명이 학살당한 킬링필드 사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크메르 루주군이 캄보디아를 장악하고 나서, 미군의 식량 원조가 끊기면서 크메르 루주군은 프놈펜으로 모여든 난민들을 모두 농촌으로 돌려보내 일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회주의 사상을 더욱 잘못 받아들이면서 반체제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 외국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 엘리트들을 축출해 모두 학살하기 시작했죠. 나중에는 말 안 듣는 사람들을 모두 몰아 학살했을 정도로 끔찍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심지어 그 대상이 된 가족까지 3대를 끊을 정도로 학살을 자행했으며, 이 대상에는 노인, 여성, 어린이, 갓난아기를 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방법 또한 설명하기 무서울 정도로 끔찍했다고 하죠. 이 영화에는 그 공포스러운 상황이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프란이 시체더미를 헤치고 도망을 가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입니다.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도 있지만 어떤 영화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그때 그 역사의 현장을 더욱 사실적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 영상의 힘은 글의 힘보다 더욱 충격적이고 뚜렷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돌이켜 오늘의 모습을 고찰하고 미래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우리에게 어두운 역사는 덮고 넘어가도 될 것이 아니라, 자꾸만 들여다보고 기억해야 할 대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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