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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모순과 이중성에 대하여 - 영화 < 리지 (Lizzie, 2018)> 해석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1. 1. 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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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모순과 이중성에 대하여 - 영화 < 리지 (Lizzie, 2018)> 해석

 

넷플릭스 소개글에서 "검붉은 피가 집안에 물든다"는 말에 냉큼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스릴러 영화 < 리지 (Lizzie, 2018)>입니다.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감상 가능하며, 왓챠 평점 약 3.5점의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밝고 아름다운 포스터는 한국 전용포스터인가 봅니다. 원본 포스터는 까맣고 무섭게 생겼어요. 

미국 매사추세츠의 대부호 가문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엄하고 가부장적이자 귀족주의적인 아버지 밑에 엠마와 리지(클로에 세비니 배우)라는 두 명의 딸이 있는 집. 엄마는 돌아가시고 계모와 살고 있습니다. 이 집에 새로운 하녀, 매기(크리스틴 스튜어트 배우)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집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매기는 바로 직감합니다. 간질을 앓아 결혼을 못하고 노처녀로 나이 드는 딸, 리지를 수치스러워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사이가 좋을 리가 없죠. 리지는 숨 막히는 집안을 피해 헛간에서 비둘기를 돌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살고 있습니다. 리지는 하녀 매기에게 이름 대신 그녀의 진짜 이름, 브리짓이라 직접 불러주며 글도 가르쳐주고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집안의 분위기는 출처도 없는 협박 편지가 잇달아 도착하면서 더욱 심각해집니다.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리지와 거절하는 아버지. 리지는 집 안에 도둑이 든 것처럼 꾸며보지만 금방 거짓임이 들통나고 말죠. 화가 난 아버지는 리지가 아끼는 비둘기들을 죽여서 저녁 식사로 내놓습니다. 리지와 아버지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닫는데. 리지는 협박편지의 배후가 계모의 남동생, 삼촌이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담판을 지으려던 리지의 시도는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삼촌에게 저지당하고, 위험한 순간에 매기가 그녀를 구해줍니다. 매기에게도 말 못 할 사연이 있었습니다. 가부장적이며 반듯한 이미지를 운운하던 그 아버지가 매기를 성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 사실을 알게 된 리지는 나름의 복수를 시도하고 매기와 대화를 하려 하지만 매기는 당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아느냐, 나라고 좋아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라며 단호하게 본인의 입장을 이야기합니다.

 

그 사이 리지와 매기 사이에는 오묘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둘, 하녀와 주인집 딸 사이에서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비둘기 헛간에서 둘만의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이 장면을 하필 아버지가 보고 맙니다. 더 이상 매기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며 딸에게 악담을 퍼붓는 아버지. 정신병원에라도 보낼 건가 봅니다. 이에 지지 않는 리지는 독기를 가득 품습니다. 겁에 질린 매기에게 본인이 지켜줄 거라 말하는 리지. 이제 다음 장면은 모든 사건이 지난 후입니다.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계모와 아버지. 사건 당시 집에는 리지와 매기 뿐이었죠. 매기는 밖에서 창문 청소를 하고 있었고 이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목격하여 알리바이가 증명되었으나 리지는 아니었습니다. 리지는 살인자로 몰려 재판을 받는 동안 감방에 수감됩니다. 누가 살해한 걸까요? 아래에는 결말 스포와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모두 감상하신 후 읽으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건 당일, 리지는 알몸으로 계모를 도끼로 내려칩니다. 몸에 튄 피를 깨끗하게 씻고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리지. 밖에서 창문을 닦던 매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번엔 매기 차례이니까요. 한시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아버지가 돌아옵니다. 이번엔 매기가 알몸으로 도끼를 들고 나타납니다. 그러나 매기는 겁을 먹고 아버지를 내려치지 못하고, 결국 리지가 나타나 아버지를 죽입니다. 다시 완벽한 모습으로 단장하고 나타난 리지. 도끼에는 사람 피 대신 비둘기를 직접 죽여 비둘기 피를 묻히고, 증거물이 되는 도끼자루는 태워버립니다. 그리곤 비명을 지르고 매기를 불러 신고를 해달라 합니다. 시간이 지나 매기가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나는 창문을 닦느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리지 아가씨가 마당을 오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었다'증언을 한 매기는 별도의 면회로 리지를 만나 나는 당신을 모르겠다고 두려움에 발을 뺀 채 마지막 인사를 남깁니다. 실화가 바탕인 이 영화는 결국 리지가 무죄로 풀려났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끝이 납니다. 그녀가 무죄로 풀려난 이유는 하나, 그녀가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집안의 딸이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모순과 인물의 이중성이 점철되어 나타납니다. 아버지가 대표적이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대부호 집안의 가장인 그는 사회적 이미지를 중요시 합니다. 그런 이유로 간질이 있는 노처녀 딸을 부끄러워하고, 오히려 그 딸을 자꾸만 문책합니다. 집안의 이미지를 고려해 협박 편지를 받고 두려워하면서도 경찰에 신고도 못해요. 그런 사람이 집 안에서는 가족들을 하인 다루듯 합니다. 아버지의 말투를 자세히 들어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행동하는 게 어떠냐~"라는 부드러운 말보다는 "You will -"로 시작하는 명령조의 말입니다. 명령도 아니죠, 너는 내 말대로 이렇게 할 것이다 라는 복종의 베이스가 깔려있는 화법입니다. 이에 반항했을 때 아버지는 폭력을 행하거나 아끼는 것을 빼앗거나 죽입니다. 딸이 그렇게도 아끼는 비둘기를 죽여 저녁식사로 내놓는 장면에서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게다가 딸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어린 나이 또래의 하녀를 성적으로 희롱하고 폭행하는 장면까지. 사회적인 존경을 받는 인물의 이중성을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리지도 같습니다. 아버지에게 억압받는 상황에서 리지는 더 이상 이 집안의 불의를 참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행동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고 폭행을 당하더라도 말이죠. 그러나 결국 리지가 먼저 살해한 것은 사실 남편에게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어린 하녀에 밀려 아버지의 관심 밖에 있던 계모였습니다. 이후 리지는 가차없이 아버지를 죽여버립니다. 집안에 들어온 새로운 하녀도, 헛간의 비둘기도 가엾게 여기던 그녀가 말이죠. 특히나 친족 살해의 경우 얼굴을 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는데, 도끼를 든 리지의 손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은 것 같군요. 리지의 행동은 계획적이었고, 명확했으며 성공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본인을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안중에 없던 그녀, 그런 리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마음을 주던 매기마저 그녀를 떠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모순적인 태도가 낳은 정반대의 이중성이 그녀를 괴물로 만들어버린 것이죠. 

 

마지막으로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의 집단지성으로 리지에게 내려진 '무죄선고'를 보며 관객은 헛웃음을 짓게 됩니다. 심증으로 보나 물증으로 보나 리지의 살인이 너무나도 확실한 상황에서, 이런 좋은 집안의 따님이 그럴 리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회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그 시대 바닥이던 여성 인권과 계급, 자본주의 사이에서 정의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순과 이중성. 오늘의 사회와 개인은 또 얼마나 다를까요. 

 

영화 '리지'는 '핑거스미스'가 생각나기도, '레이디 맥베스'가 생각나기도 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핑거 스미스에 비해 리지와 매기의 관계는 불명확했고, 특히 매기의 감정은 사랑보다는 혼란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레이디 맥베스에 비해서는 이 영화가 실화라는 점, 친족 살인에 대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이상 두 편의 영화도 추천드립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신작이자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클로에 세비니 배우의 숨 막히는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영화, '리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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