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그가 돌아오긴 돌아왔는데 저는 그분의 선한 행적과 얼굴만 알 뿐 작품을 모른다는 것...
찾아보니 시대를 풍미한 배우, 차인표입니다.
차인표 배우가 차인표라는 이름의 영화에 등장합니다. 이것 참 제목 하나로 사람을 흥미롭게 이끄는 좋은 예죠. 그 독특함이 궁금해서 어떤 후기도 보지 않고 냉큼 영화를 봤습니다. 앞부분까지는 꽤 흥미로웠는데, 뒤로 갈수록 고구마가 끼기 시작합니다. 본 후기에는 스포가 잔뜩 포함되어 있을 예정이니 이 점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영화를 다 보신 후 후기를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때 그 차인표, 사랑은 그대 품 안 에로 사랑을 받은 후 이렇다 하게 크게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바른생활, 신사다운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었죠. 차인표 본인도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곤란한 상황에도 자신을 알아본 아줌마들에게 웃으면서 대해주는 등... 그는 하고 싶은 영화가 있지만 자꾸만 매니저 아람이 이미 엎어졌다며 말도 못 꺼내게 하고 있습니다. 답답해 죽는 차인표는 매니저를 들들 볶죠. 미안하다는 말을 듣자는 것이 아니고 진정성이 있어야 된다는데. 하는 말을 쭉 들어보면 꼰대의 전형같은 느낌이 듭니다.
광고를 찍는 등산복을 입고 강아지 꽃님이와 함께 산책에 나선 차인표는 강아지 똥에 철퍽 비비고 진흙탕에 빠져 온 몸이 엉망이 됩니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그에게 산 아래 위치한 여고 샤워실을 이용하라고 팁을 주죠. 아무도 없는 여고 연극반 샤워실. 차인표는 홀딱 벗고 샤워를 시작하는데, 갑자기 건물이 폭삭 무너집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있는 상황. 겨우 매니저와 전화가 닿아서 도움을 요청하는데, 지금 이대로 119에 구조를 당하면 알몸이 방송을 타고 맙니다. 이미지 걱정에 그냥 매니저에게 구해달라는 차인표와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해보는 매니저 아람.
결국 매니저는 폭발하고 맙니다. 차인표의 한 물 간 진짜 이미지의 실체를 차인표에게 말해버린 거예요. 건물 잔해 밑에서 심연의 우주를 오가는 차인표. 차인표는 결국 119를 통해 구출됩니다. 그의 구출 장면이 매스컴을 타고, 소중한 곳을 가리려고 주워 입은 변태 팬티를 허공에 휙 날려버리죠.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그의 현실 자각 타임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배우의 이름을 단 영화로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앞부분은 현실과 영화가 섞이면서 꽤 흥미로웠어요. 다들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차인표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웃음이 터지는 몇몇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가볍게 보기 괜찮았습니다. 영화 전반적인 내용도 적당한 코미디 영화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차인표가 건물 잔해에 갇히는 장면부터 시작해 차인표가 구조를 극구 거절하면서부터는 너무 답답했어요. 차인표가 매니저에게 하는 통화 내용은 처음에야 웃기고 재미있는 상황이었지만 가면 갈수록 매니저만큼 귀에 딱지가 앉기 시작했죠. 현실 파악 못하고 매니저의 무능함으로 쪼아대는 상황이 마치 얼마 전 회사에서 상사의 맷돌에 갈리는 부하직원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차인표가 본인의 이미지를 자각하고 이를 통해 변신하는 장면이 더 명확하게 드러났더라면 이 영화의 코미디적 요소가 증폭되면서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차인표 배우가 더 짠한 느낌이 나는 것은 왜일까요... 이 영화를 통해 획기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감이 큽니다.
차인표를 포함해 스크린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독특한 형식이기도 하고,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서 더 몰입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장점인 것 같습니다. 신선한 얼굴은 늘 좋고, 새로운 시도도 늘 좋아요. 가벼운 마음으로 차인표 배우에 대해 몰랐던 요즘 친구들도 그에 대해 알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당신과 나의 모순과 이중성에 대하여 - 영화 < 리지 (Lizzie, 2018)> 해석 (0) | 2021.01.12 |
---|---|
1917 뺨치는 전쟁 체험 오프닝 시퀀스 - 영화 <오버로드 (Overload, 2018)> (0) | 2021.01.11 |
빛나는 오늘을 만든 연습의 시간, 넷플릭스 다큐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2020> (0) | 2021.01.09 |
인도 커리가 먹고 싶은 날에는 - 영화 < 런치 박스, The Lunch Box(2013)> (0) | 2021.01.08 |
멀미주의! 보기 전으로 돌이키고 싶은 영화 <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2002)> 리뷰 (0) | 2021.01.0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