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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커리가 먹고 싶은 날에는 - 영화 < 런치 박스, The Lunch Box(2013)>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1. 1. 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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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커리가 먹고 싶은 날에는 - 영화 < 런치 박스, The Lunch Box(2013)>

 

노래와 춤이 나오지 않는 발리우드 영화,

"런치 박스, The Lunch Box(2013)"입니다. 


1. 영화 정보

공식 포스터 영문본

감독: 리테쉬 바트라 

출연진: 이르판 칸, 님랏 카우르

장르: 드라마, 로맨스

상영시간: 1시간 44분

감상 가능한 곳: 왓챠, 티빙


2. 줄거리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라

인도에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직장으로 점심 도시락을 배달받아먹고 있습니다. 주인공 일라도 남편을 위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때 맞춰 회사로 배달해주고 있죠. 목소리만 들리는 위층 사는 이모의 도움을 받아 맛있는 재료로 정성 담은 도시락을 준비하고, 쪽지까지 써서 동봉한 어느 날. 일라는 퇴근 후 남편의 반응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이가 좀 소원했거든요. 그러나 퇴근한 남편은 '콜리 플라워가 맛있었다'라는 이상한 말만 하고 들어가 버립니다. 콜리플라워? 넣은 적도 없는 콜리플라워를 왜? 알고 보니, 도시락이 다른 사람에게 배달된 것이었어요. 돌아온 도시락 통은 싹싹 비워져 있었습니다. 일라는 배달원을 문책하는 대신 다시 편지를 써서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면서요. 

잘못 배달된 도시락 속 일라의 쪽지를 읽는 점심시간의 사잔

도시락을 잘못 배달받은 남자는 곧 은퇴를 앞둔 중년의 외로운 남자, 사잔이었습니다. 도시락을 가게에 요청해 점심을 시키는 그에게 누군가가 본인을 위해 해준 집밥은 정말 오랜만에 먹는 것이었어요. 아내는 이미 죽었고, 홀로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홀아비 생활을 한지 오래되었으니까요. 사잔은 다음 날 다시 배송 온 그 도시락을 먹고, 쪽지에 답장을 써서 보냅니다. 쪽지로 이어진 인연은 그렇게 계속됩니다. 둘은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 편지로 속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죠. 서로의 가족 이야기, 일, 고민거리 등등. 

 

결말 *스포 주의*

예쁘게 차려입고 남편의 반응을 기대하는 일라

신혼여행 때 입었던 옷을 입고 서 있어도 아무 반응이 없는 남편. 일라는 어느 날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한스러운 마음에 행복한 나라, 부탄에 가고 싶다는 말을 편지에 담습니다. 사잔과 일라는 이 말에 동의하며 만나기로 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껏 치장을 하는 둘. 일라는 약속 장소에서 한 없이 기다렸지만, 사잔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일라, 아무것도 담지 않은 빈 도시락통을 보냅니다. 사잔은 이렇게 말합니다. 약속 날 아침, 본인에게서 홀아비 냄새를 맡았다고요. 사잔은 그 날 약속 장소에서 일라를 지켜봤지만, 늙고 외로운 본인의 모습에 비해 일라가 너무나 젊고 아름다워 다가가지 못했다고 말하죠. 일라는 편지를 읽고 사잔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이미 퇴직하고 자리를 뺀 사잔. 일라는 짐을 챙겨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부탄으로 향하는 일라. 사잔은 고향으로 가는 길에서 발걸음을 돌려 일라를 찾아갑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리뷰 & 해석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가면 오래전 동대문 시장 보세 옷가게들로 가득했던 건물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비어있는 상태죠. 그중에서도 아무것도 없는 지하 어느 층에 도착하면, 한 구석에 맛있는 커리 집이 하나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정말 맛있는데 코로나 이후로 못 간 지 오래이군요. 한 동안 먹지 못했던 커리가 오늘 유난히도 먹고 싶어 이 영화를 리뷰합니다. 

 

인도 영화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춤과 노래입니다. 인도 영화관에서는 관람객이 다 같이 싱어롱 하고 춤춘다던데 그게 참말인가요? 소문으로 들은 터라 제가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못지 않게 흥이 넘치는 사람들 같군요. 그러나 오늘 소개해드린 영화 '런치박스'에는 노래와 춤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화려하고 유쾌한 인도 영화 중에서 이렇게 담백한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소박해서 더욱 기억에 남고, 쓸쓸하고 애잔한 감성이 자꾸만 생각이 나는 영화입니다. 

 

우리 나라 포스터에서는 이 영화에서 런치박스를 통해 '사랑이 시작됐다' 하는데, 저는 둘의 감정이 완벽한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터놓을 곳이 없던 외로운 두 사람이 누군가와의 소통을 통해 본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영화이죠. 굳이 런치박스가 잘못 배달되지 않았어도, 주변에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만 있었다면 두 사람의 삶이 조금은 달랐을 테니까요.

 

일라의 삶에는 남편뿐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식사를 준비하고, 예쁜 옷을 입고 있어도 남 보듯 하는 남편은 일라에게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죠. 일라는 그런 남편의 무정함에 지쳐갑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대하고 또 실망하는 것뿐. 그러나 일라는 사잔의 말대로 젊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아직 꿈을 꿀 수 있고, 정성 어린 도시락으로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자, 집이 아닌 새로운 곳에 가서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죠. 무미건조한 사잔의 삶에 도시락과 쪽지가 배달되면서 사잔은 여유를 갖게 되었고, 웃음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남이 아닌 나 자신으로 중심을 돌릴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소통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결국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화는 끝내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을 생략한 채 막을 내렸습니다. 쓸쓸하고 애잔한 여운이 남는 이 결말, 다들 이 분위기 그대로 둘이 부탄에서 재회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둘은 영영 만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혹여 만났다고 하더라도 연인의 모습이 아닌 좋은 친구로서의 모습으로 스쳐 지났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둘의 만남이 연인의 사랑이 아니라, 나를 향한 관심이 있을 때 변화하는 나의 모습, 나의 삶을 의미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생각하고 이 영화의 여운을 간직하고 싶은 제 마음일지도 모르겠군요. 

 

오늘은 오랜 여운이 남는 인도 영화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인도커리 뿐만 아니라 인도의 가정식 음식, 소박한 도시락의 고소한 향을 맡을 수 있는 영화. 오늘은 랜선으로 인도로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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