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방구석에서 즐기는 에메랄드빛 바다 프리다이빙 - 넷플릭스 다큐 <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2020) >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0. 12. 23. 17:23

본문

반응형

방구석에서 즐기는 에메랄드빛 바다 프리다이빙 - 넷플릭스 다큐 <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2020) > 

 

4K 화면으로 아름다운 바닷속 세상, 놀라운 교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2020)입니다!


1. 영화 정보

넷플릭스 다큐

감독: 제임스 리드, 피파 에리치

출연진: 크레이그 포스터

장르: 다큐멘터리

러닝타임: 1시간 30분

감상 가능한 곳: 넷플릭스


2. 줄거리

문어를 발견한 크레이그

다큐멘터리 감독 크레이그 포스터. 그는 거센 파도가 일면 집까지 바닷물이 밀려드는 곳에서 자랐습니다. 바닷속을 돌아다니며 놀곤 했죠. 어른이 된 그는 아프리카 원주민 사냥꾼들을 따라다니며 촬영을 했습니다. 사냥꾼들이 몇 시간에 걸쳐 생물들이 지나간 흔적을 관찰하고 사냥감을 찾아내는 방법을 보았죠. 그러던 그는 어느 날부터 일에 권태와 회의감을 느낍니다. 가족들에게도 너무 소홀했고, 일도 하기 싫어졌죠. 그는 다시어릴 적 그 바닷속으로 돌아갑니다. 거친 파도가 이는 대서양의 바닷속, 다시마 숲은 마치 또 다른 행성처럼 아름답군요. 크레이그는 거의 매일 바닷속으로 향합니다. 산소통도 없이, 바다를 몸으로 그대로 느끼면서요. 

 

그의 눈에 독특한 생명체가 들어옵니다. 온갖 조개껍데기와 돌로 둘러싸인 덩어리. 자세히 보니 문어였네요. 크레이그는 그 날부터 문어를 매일 찾아가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문어는 그의 등장에 겁을 먹고 동굴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어가 긴 다리를 내밀어 크레이그의 손을 잡아봅니다. 거의 개와 고양이에 준하는, 또는 어떤 영장류 동물에 준하는 지능을 가졌다는 연체동물, 문어. 사냥도 아니고,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마치 함께 놀듯 다가오는 문어와의 교감에 크레이그는 특별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문어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크레이그

그가 실수로 문어를 놀라게 한 날, 문어는 원래 살던 집에 다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자책하며 온 바다를 헤매며 문어의 흔적을 찾는 크레이그. 그는 문어의 행동 패턴, 흔적, 물살 등 모든 것에 대해 마치 아프리카 사냥꾼처럼 꼼꼼히 추적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찾아낸 문어. 문어는 마치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는 듯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온몸을 오르내리며, 크레이그는 문어와 교감합니다. 문어의 창의력과 지능은 뛰어났습니다. 바닷속 흩날리는 다시마의 모습을 따라 하기도, 두 다리로 걷기도 하며, 사냥이라는 목적 없이 그저 예쁜 물고기들과 다리를 휘저으며 놀기도 하죠. 그러나 천적도 존재했습니다. 

결말 *스포 주의*

마지막 교감의 시간

다시마 숲 사이에는 문어를 잡아먹는 파자마 상어들이 서식합니다. 문어 친구를 위해 상어들을 쫓아낼까 고민도 하지만, 생태계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심한 크레이그. 어느 날, 문어는 쫒고 쫓긴 끝에 상어에게 긴 다리 하나를 뜯어 먹히고 맙니다. 몇 날 며칠을 움직임도, 사냥도 없이 동굴 속에 웅크려있는 문어. 걱정되던 어느 날, 다시 돌아간 바닷속에서 새끼손가락만 한 새로운 다리가 자라난 문어를 만납니다. 홀로 자라 홀로 사는 문어는 도사리는 위협에서 본인을 보호할 줄도, 인내심 끝에 고통을 이겨낼 줄도 아는 생물이었군요. 거의 매일 바다를 찾은 지 1년 즈음이 지난 어느 날, 크레이그는 문어 옆에 다른 거대한 문어를 봅니다. 짝짓기를 할 예정이었죠. 그리고 크레이그는 이게 그들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산란을 끝낸 문어는 동굴 속에 박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이 부화할 때쯤, 시들어버린 색깔의 문어가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마침내 상어의 먹이가 되어 사라져 버렸죠. 문어의 수명은 1년쯤. 그동안 쌓인 정, 문어가 그리운 동시에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는 크레이그. 그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희생을 배우고, 창의성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배우며 마침내 자연이라는 소속감을 얻게 됩니다. 그는 말합니다. 그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겼다고 말이죠. 


3. 리뷰 & 해석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가 뛰어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다큐는 더욱 특별합니다. 직접 바닷속에 뛰어들어 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하고 더 아름다운 4K 화면 속 바다. 다큐를 보는 내내 이 답답한 코로나 시국, 방구석에 갇혀 있다가 외국의 어딘가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바닷속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형형색색의 해파리, 파자마를 입고 있는 것 같다는 파자마 상어, 작은 물고기들과 게, 새로운 행성의 숲에 들어온 것 같은 초록 초록한 다시마 숲. 그 속을 헤매는 크레이그의 모습이 마치 수영을 한다기보다는 하늘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주었습니다. 

 

사실 제목만 처음 보았을 때에는 '문어'를 관찰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어라니, 우리나라에서는 해물탕 해물찜에서 만나는 '음식'이라는 개념이 더 컸죠. 실제로 살아있는 문어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문어가 어떤 행동으로 어떻게 사는지, 지능이 어떤지는 관심 밖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지능, 창의력, 사회성까지 있는 생명체였다니. 다큐를 보는 내내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을 보고 긴 다리를 휘젓던 문어의 모습입니다. 다리를 뻗어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득을 취하려는 행동도 아닌 그저 순수한 '재미'를 위해 하는 행동이었죠. '너도 이 바닷속이 아름답구나, 지금 기분이 좋구나, 너도 살아있구나.' 크레이그가 느꼈을 그 특별한 느낌, 문어를 '선생님'으로 칭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크레이그의 행동은 거의 집착과도 같습니다. 문어와 교감을 한다니. 힘들 텐데도 불구하고 문어에 미쳐서 온갖 책과 연구는 다 찾아보고 바닷속에 매일 온몸을 던지다니. 한 편으로는 미쳤구나 싶었다가도 한 편으로는 정말 멋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무언가에 미쳐야 이 정도를 얻어낼 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죠. 문어 선생님을 통한 배움과, 경험, 그리고 이토록 아름다운 화면, 미처 생각도 않고 살았던 수많은 생명, 그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된 다는 건, 학교, 인간사회, 그 어디에서도 쉽게 얻기 어려운 것이겠죠. 

 

밤에 아무 생각 없이 켰다가 완벽하게 몰입해서 본 다큐멘터리입니다. 천적 상어를 피해 도주하는 장면, 크레이그가 사라진 문어를 간절하게 추적하는 장면은 웬만한 스릴러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다큐라고 재미없다고 생각한 건 큰 오산이었어요. 넷플릭스의 소울은 다큐멘터리에 있다는데, 그 말이 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연말연시,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 집에서 대서양의 바닷속을 탐험해보세요 :)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