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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 아니고 전쟁 체험 영화! < 1917 (1917, 2019) > 리뷰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0. 12. 1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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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 아니고 전쟁 체험 영화!  < 1917 (1917, 2019) > 리뷰 

 

왓챠에 새롭게 올라온 2019년 최고의 전쟁영화, 

"1917"입니다!


1. 영화 정보

아이맥스에서 관람하면 더 좋았을 것!

감독: 샘 멘데스

출연진: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 앤드류 스콧

장르: 드라마, 전쟁

러닝타임: 1시간 59분

감상 가능한 곳: 왓챠, 티빙


2. 줄거리

블레이크 병장과 스코필드 병장

1917년 4월, 독일군에 대항하는 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인 프랑스령. 영국 육군 8 연대 소속의 블레이크 병장과 그의 친구 스코필드 병장은 사령관 에린모어 장군에게 특별한 미션을 받습니다. 현재 독일군이 퇴각한 것처럼 보이지만 항공사진으로 보니 이는 함정이 틀림없으므로 공격을 앞둔 데븐셔 연대의 맥켄지 중령을 찾아가 공격을 막으라는 명령서를 전달할 것. 못한다면 1600명에 달하는 데븐셔 연대의 아군이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죠. 형이 데븐셔 연대에 있는 블레이크 병장은 당장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러나 참호를 벗어나 데븐셔 연대까지 가는 것은 거의 자살에 가까운 위험한 일입니다. 당장 독일군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니까요. 블레이크에게는 형도 중요하고 집에 가져갈 훈장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블레이크를 따라나서는 스코필드는 두렵습니다. 훈장도 뭣도 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받은 훈장도 와인과 바꿔먹었대요. 스코필드는 전쟁터에 나온 순간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 

 

그렇게 최전방에서 알려준 대로 가보니, 황량한 전쟁터, 시체들이 널려있고 독일군 진영은 버려져있군요. 완벽한 시설을 갖춘 참호에 놀라워하던 중, 쥐 한 마리가 밟은 부비트랩으로 거의 죽을 뻔 한 위기에 처했다가 블레이크의 도움으로 살아 나온 스코필드. 애초에 나를 왜 데리고 왔냐며 원망도 해보지만, 블레이크는 그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며 긴장을 달래줍니다. 그렇게 이동하다 어느 버려진 집을 수색하던 중, 항공전에서 독일군 전투기 하나가 추락합니다. 그리고 불에 타 죽기 직전인 독일군을 비행기에서 꺼내 주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본인을 살려준 블레이크에게 칼을 꽂은 독일군. 스코필드는 독일군을 바로 처단하지만 블레이크는 안타깝게도 죽음을 맞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스코필드의 마음은 이때부터 단단해집니다. 꼭 데븐셔 연대에 가서 명령을 전달하고, 죽은 블레이크의 형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블레이크의 마지막 요청대로 그의 어머니에게 편지도 써야 합니다. 인근을 지나던 아군 부대의 차를 얻어 타고, 홀로 내려 이동하는 스코필드. 중간에 저격수를 만나 뇌진탕으로 죽을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일어나 다시 출발합니다. 

 

밤이지만 온갖 군데에서 쏘아대는 조명탄과 화염에 휩싸인 마을 속으로 위험한 전진을 감행하는 스코필드.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를 총알을 피해 달리고, 지하로 숨었다가 숨어 지내는 이 지역의 젊은 여자 한 명과 부모 모를 갓난아기를 만나 음식을 모두 나눠줍니다. 여성은 스코필드의 피를 닦아주고, 길을 알려주죠. 아침이니 떠나지 말라는 여자의 조언을 뿌리치고 그는 다시 위험한 밖으로 달립니다. 그를 추격하는 독일군. 거의 죽을 뻔한 그 상황에서 스코필드는 강 속으로 몸을 던지는데.

 

결말 * 스포 주의 *

목숨을 걸고 최전방으로 달리는 스코필드

물살이 센 강을 따라 굽이굽이, 폭포수를 따라 추락한 스코필드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강 위로 쌓인 시체들 사이에 걸려 겨우 숲으로 빠져나온 그에게는 이제 군모도, 총도, 짐도 없습니다. 울음이 터지던 것도 잠시,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아군 부대가 숲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대기하고 있군요. 지쳐 넋 나간 표정으로 노래를 듣는 스코필드. 데븐셔 연대를 찾는다는 말을 겨우 내뱉었는데, 이 곳이 바로 데븐셔 연대라고 합니다! 

 

정신이 빡 들어 좁은 참호 사이를 달려 미친 듯이 최전방으로 향하는 스코필드. 전방에서는 이미 A중대가 공격에 나서기 일보 직전입니다! 공격을 앞두고 긴장감 가득한 참호, 아직도 멕캔지 중령이 있는 곳까지는 멀고 멀어 보입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A중대는 공격을 나서고! 이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안된다는 말리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참호 위로 기어올라가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스코필드! 

 

산전수전 끝에 맥켄지 중령을 찾은 스코필드는 명령서를 전달하고, 맥켄지 중령은 공격을 중지시킵니다. 이러다가 또 언제 공격 명령이 내려질지 모른다며 이번에는 끝나길 바랐다는 말을 중얼거리는 맥켄지 중령. 스코필드는 이렇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블레이크의 형을 찾는 일입니다. 물어보니 블레이크의 형은 이미 A중대라 공격에 나섰고, 죽었거나 다쳤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하네요. 부상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스코필드. 분명 블레이크는 형을 만나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거라 했는데. 끔찍한 부상에 부모님을 찾고 집을 찾는 장병들의 목소리 사이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다행히 살아 돌아온 블레이크의 형이 있군요. 그에게 동생의 사망 소식과 유품을 전달하는 스코필드. 나무 둔치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리뷰 & 해석

사지로 달려나간 두 병사의 모습

이 영화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단 번에 특별한 영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첫 화면은 영국 군인들이 바글거리는 좁은 참호 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좁고 길고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모를 그 참호 속을 걸어 사령부를 찾는 블레이크 병장과 스코필드 병장의 모습만을 비추죠. 화면이 한 번도 끊기지 않으면서 말이에요. 이 영화는 그렇게 몇 장면을 뺀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을 원 테이크로 담은 것처럼 연출했습니다. 이런 연출을 정확히는 '원 컨티뉴어스 숏'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이를 통해 얻은 효과는 실제로 전쟁터에 있는 것 같은 현장감, 끊임없는 긴장감입니다. 이로서 관객은 이 상황을 전지적인 시점에서 관찰하는 관객이라기보다는 위험한 길을 두 주인공과 함께 떠나는 제3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죠. 버려진 참호를 둘러보고 초원 한가운데의 버려진 집에 진입할 때에는 배틀그라운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그 현장감이 살아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적군이 어디에 있는지 관객이 대충 알 수 있도록 연출한다면, 이 영화에서 관객은 스코필드와 함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 길이 없습니다. 갑자기 헤드샷 맞아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죠. 마찬가지로 참호에서는 참호 밖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고, 진짜 독일군이 퇴각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알 방법도 없습니다. 전쟁터에서 진짜 장병들이 겪었을 그 모든 두려움과 긴장감을 소름 끼치게 '체험'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점이 아닐까요?

 

영화의 주인공은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배우, 조지 맥케이(스코필드 역)입니다. 오히려 왕좌의 게임에도 출연했던 블레이크 역의 배우가 더 익숙한 얼굴이죠. 게다가 그는 '병장'이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Lance Corporal이라는 영국군에서도 가장 낮은 등급의 장병 계급입니다. 이렇게 조연급 배우들이 여타의 다른 전쟁 영화에서 엑스트라와 같이 그저 스쳐 지나는 말단 보병의 역할을 '주연'으로 맡고 있는 것이 또 다른 특징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타 영화의 주연급 배우들, 콜린 퍼스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가장 헤비한 계급의 장군과 중령으로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에 비해 그저 엑스트라 수준으로만 비친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그저 카메오로 나온 얼굴들이 반갑다 정도였는데, 이렇게나 꼼꼼하게 만든 영화에서 굳이 잠깐 스치는 인물에 유명한 배우를 배치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의 여러 히어로물을 포함해 오래전 개봉된 많은 전쟁영화들은 '전쟁 영웅'들을 찬양했습니다. 주인공이 갑자기 떠올린 전략에 모두가 함께하고, 그 명령으로 전쟁이 시작되고, 사상자는 배경으로만 그칠 뿐이었죠. 그러나 우리가 사는 매일은 영웅의 서사시라기보다는 개인의 생존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공감되는 점이 바로 그것이죠. 우리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처럼 중령도, 닥터 스트레인지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일반 보병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일반인들에게 의식이 있고, 가족이 있고, 돌아가고 싶은 집이 있죠. 전쟁터에서도 그것은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영화는 그렇게 개인을 비추고, 우리를 그 개인으로 동화시키며, 유명하고 강한 장군보다는 일반 보병이라는 개인의 참혹한 생존, 그것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화면이 개개인을 비추면서 영화는 전쟁의 참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지만, 이 영화에는 굳이 그런 시대적인 이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2차 세계대전이면 어떻고, 이라크전이면 어떻고, 백년전쟁이면 또 달라질까요? 그 시대에도 똑같은 사건들이, 똑같은 개인들이 공포와 충격, 긴장을 안고 전쟁터에서 죽어나갔을 것입니다. 최전방에서는 널려진 시체, 동료의 죽음과 부상이 일상이 된 사람들이 무미건조한 표정과 얼굴로 참호 밖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령들이 찾아오자마자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며, 교대하라는 명령이냐며 묻죠. 끔찍한 부상을 입고 돌아온 군인들은 집에 보내달라며 외치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웁니다. 돌격을 앞둔 병사는 정신이 나가 덜덜 떨고 있습니다. 애초에 블레이크가 서둘러 발걸음을 뗀 이유도 데븐셔 연대에 소속된 형을 구하기 위해서였죠. 안전한 벙커에서 작전만 짜는 윗 계급, 전쟁 현장은 아무것도 모르고 말로만 전쟁하고 있을 지도자들. 그 밑에는 정치와 명목, 이상보다 가족이 그립고 죽음이 두려운 수많은 개인들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스코필드가 사라지는 장면은 딱 세 군데 정도입니다. 첫 번째, 독일군 벙커에서 부비트랩이 터졌을 때, 두 번째, 스나이퍼를 찾았다가 계단 위에서 정신을 잃었을 때, 그리고 세 번째, 물살에 휩싸여 폭포에서 떨어졌을 때. 이 장면에서 사실 스코필드가 죽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현실이었다면 대부분 죽었겠죠. 특히 세 번째, 폭포에서 떨어져 시체더미에 걸리고, 여기서 땅으로 기어 나와 우는 그의 모습, 그 장면 뒤로는 갑자기 환청처럼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장면은 이상하리만치 갑작스러웠습니다. 이 전쟁터에서 그렇게도 평온한 노래라니. 마치 죽은 이를 위로하는 노래처럼 구슬프고 아름답죠. 노랫소리를 향해 하얀 얼굴로 조용히, 가만히 앉아있는 수많은 군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실 이 장면에서 스코필드가 죽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 속에 모여있는 이 군인들은 이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죠. 이 장면에서 영화는 정확한 의도를 전달합니다. 이름없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를 말이죠. 

 

실제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조로운 스토리, 뛰어난 연출, 강한 몰입감. 2019년 골든글로브 상을 포함해 수 많은 상을 휩쓸었던 이 영화. IMAX로 봐야 화면이 잘리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는데, 코로나 시국에 보러 가지 못한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 영화 이제 왓챠로도 감상할 수 있으니, 집에서 놓치지 말고 꼭 감상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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