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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원작, 다른 느낌의 영화 #1- 테레즈 라캥(2013) & 박쥐(2009)

이런 영화 찾고 있나요?

by 호누s 2020. 11. 2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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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원작, 다른 느낌의 영화 - 테레즈 라캥(2013) & 박쥐(2009)

 

원작은 같지만 서로 다른 연출과 각색으로 다른 느낌을 전하는 영화를 소개해드리는 '같은 원작, 다른 느낌의 영화' 1편입니다! 

오늘은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소설인 테레즈 라캥을 원작으로 한 영화 두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테레즈 라캥은 영화로 세 번이나 만들어졌을 정도로 사랑받은 명작소설입니다. 

1928년, 1953년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었고, 같은 이름으로 2013년 새롭게 리메이크되었죠.

그리고 2009년, 박찬욱 감독은 이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박쥐'라는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먼저 비교해드립니다. 

'테레즈 라캥'  '박쥐'
테레즈 (엘리자베스 올슨) 태주 (김옥빈)
로랑 (오스카 아이삭) 상현 (송강호)
카미유 (톰 펠튼) 강우 (신하균)
라캥 부인 (제시카 랭) 라 부인 (김해숙)

 

처연함, 사랑과 죄악, 죄책감. 

두 편의 영화는 비극으로 치닫는 원작을 어떻게 연출해냈을까요?


1. 테레즈 라캥 (In Secret, 2013)

테레즈 라캥 정식 포스터 한국어

개인평점: ★

감독: 찰리 스트레이턴

출연진: 엘리자베스 올슨, 톰 펠튼, 오스카 아이삭, 제시카 랭

장르: 범죄, 스릴러

러닝타임: 1시간 47분

감상 가능한 곳: 왓챠, 웨이브

 

1800년대 중반 프랑스. 엄마를 여읜 어린 테레즈는 고모집에 맡겨져 자랐습니다.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아들밖에 모르는 고모 라캥 부인의 수발을 들며 지긋지긋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 테레즈에게는 선택할 자유 따위 없이 카미유와 결혼까지 하게 되죠. 파리로 이사 온 어느 날, 테레즈 앞에 카미유의 옛 친구 로랑이 나타납니다. 

 

애새끼같이 유치하고 손 많이 가는 카미유와 달리 로랑은 어른스럽고 매력적이었죠. 그런 로랑에게 끌리는 테레즈, 로랑도 마찬가지입니다. 격정적인 둘의 마음이 폭발하고, 테레즈와 로랑의 비밀스러운 밀회가 이뤄지는데. 테레즈는 지옥 같은 이 집에서 구해달라 부탁을 합니다. 그렇게 카미유를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마침내 성공하고 말죠. 그러나 꿈꿨던 행복은 어디 갔는지,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낮잠자는 병약한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우던 두 남녀

"이 지옥에서 제발 날 구해줘"

 

어벤저스의 팬들에게는 스칼렛 위치로 유명한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이 테레즈 역할을 맡았고, 해리포터의 말포이(톰 펠튼)가 병약한 아들내미로 나옵니다. 2013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살려내 1800년대 중반 프랑스의 느낌과,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테레즈의 갑갑함을 투영하는 회색빛 집,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감옥 같은 가족들, 그 사이에 한 줄기 빛처럼 스며든 불륜, 살인이라는 잘못된 선택에 따른 죄책감까지 착실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극이 낳은 비극, 그 시대 처절한 한 여인의 삶에 대한 영화. 아슬아슬한 밀회의 짜릿함, 난생처음으로 느끼는 테레즈의 뜨거운 마음이 표출되던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그러나 죄책감으로 무너지는 사랑 아래 끝까지 가엾은 테레즈, 결국 그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배에 올라타는 것뿐이었네요. 

 

 

 

2. 박쥐 (Thirst, 2009)

영화 박쥐 공식 포스터

개인평점: 

감독: 박찬욱

출연진: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장르: 로맨스, 스릴러

러닝타임: 2시간 13분

감상 가능한 곳: 왓챠

 

병원에서 일하던 신부, 상현은 백신 개발 연구에 참여했다가 잘못된 피를 수혈받아 하루아침에 뱀파이어가 됐습니다. 피를 마시지 않으면 온 몸이 수포로 뒤덮이는 병에 걸린 것이죠. 대신 엄청난 힘과 발달한 감각을 갖게 됐습니다. 피에 대한 욕구로 가득 하나 신부로서의 본분을 생각해 코마 환자의 피나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피를 얻어 마시던 상현. 어느 날 옛 친구 강우와 그의 어머니 라 부인, 그리고 친구의 아내인 태주를 만나게 되죠. 병약하고 어린애 같은 남편, 태주에게 온갖 일을 다 시키며 하녀 또는 애완동물 정도 취급하는 시어머니, 이들에게 구속받아 억눌린 삶에서 태주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태주는 잠자는 남편의 입안에 실 가위를 꽂는듯한 행동을 반복합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그녀, 밤마다 몽유병을 이유로 맨발로 거리를 질주합니다. 

 

그런 태주에게 욕망을 느끼는 뱀파이어 상현, 상현에게 끌리는 태주. 둘은 위험한 사랑을 시작합니다. 태주는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상현은 태주에게 이 지옥에서 구해주겠다 약속합니다. 그렇게 어느 날 밤, 밤낚시 보트에서 남편 강우를 죽여버리는데. 이후 자꾸만 물에 푹 젖은 우의 모습이 보이고, 악몽을 꾸는 둘. 마침내 상현은 태주가 본인을 속였음을 알게 되죠. 태주를 죽여버리는 상현. 그러나 이내 후회하고 태주에게 본인의 피를 마시게 해 그녀를 뱀파이어로 만듭니다. 다시 태어난 태주, 뱀파이어가 된 그녀에게 이제 피를 위한 욕망, 살인이란 억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가장 치명적인 연기를 선보인 두 배우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 줄게요"

 

원작이 살짝 심심하다면, 박쥐는 이에 적극적으로 강렬함을 더했습니다. 일단 테레즈에게만 맞춰진 초점에서 벗어나 상현의 이야기로 시작하죠. 언뜻 원작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시작한 이 영화에서 테레즈 라캥을 발견하는 순간 이마를 탁 치게 만듭니다. 처연함을 내면으로 체화한 2013년의 테레즈와, 억압된 자유로 거의 반 미치광이의 모습을 하는 2009년의 태주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고요. 테레즈는 욕망을 밀회로 이어나갔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태주는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고, 다시 태어난 순간부터는 전생의 모든 욕구를 가감 없이 폭발시키죠. 원작의 테레즈는 로랑에게 구해달라 요청하지만, 박쥐에서는 상현이 태주에게 이 지옥에서 꺼내 주겠다 말해줍니다. 그저 단편적으로 가엾고 딱하기만 하던 테레즈를 구출한 건 원작의 로랑도, 피를 나눠준 박쥐의 상현도 아닌, 박찬욱 감독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2013년의 원작 기반 '테레즈 라캥'과, 2009년 박찬욱 감독이 재해석한 '박쥐'를 비교해보았습니다. 

담담하고 아련한 느낌으로 남는 '테레즈 라캥', 피와 푸른빛이 뒤섞여 억압의 과거를 폭파시키는 카타르시스까지 선보이는 '박쥐'.

두 편 모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두 편 모두 좋아하는 영화이지만,

특히 박찬욱 감독의 소름 끼치게 아름다운 미장센이 영혼까지 사로잡는 박쥐를 저는 매우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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