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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화? 잔혹실화! 판타지 스릴러 - 넷플릭스 영화 < 불불 (Bulbul, 2020) > 리뷰 & 해석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1. 4. 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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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화? 잔혹 실화! 판타지 스릴러 영화 - 넷플릭스 < 불불 (Bulbul, 2020) > 리뷰 & 해석

인도영화를 많이 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인도 영화는 처음입니다. 판타지와 스릴러, 미스터리가 가미된 동화 같은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영화의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스토리만큼은 마음에 송곳처럼 박혀 드는 작품, 오늘의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감상 가능한 "불불"입니다.


줄거리

1881년 인도 벵골. 채 여덟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등장합니다. 소녀의 이름은 불불. 붉은빛으로 화려하게 꾸민 불불의 발가락에는 통제의 의미가 담긴 반지가 끼워집니다. 이 날은 이 어린아이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는 날이었죠. 불불은 자신과 함께 있어준 사티아라는 소년과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이 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첫째이자 대감마님, 인드라닐의 아내가 된 것. 이 거대한 저택에는 인드라닐의 둘째 동생, 정신질환을 가진 마헨드라, 그의 아내인 비노디니가 있었고, 인드라닐의 셋째 동생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사티아였습니다. 

 

장면은 결혼 20년 후로 바뀝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자라난 불불, 화려한 모습으로 이 집안의 안주인 자리에 앉아있죠. 마침 둘째 마헨드라의 기일이어서 승려가 된 그의 아내 비노디니와 유학을 떠났던 사티아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사티아는 자신이 떠나기 전 불불과 지금 그녀가 많이 달라졌음을 알게 됩니다. 한편, 마을에는 흉흉한 소문과 함께 끔찍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었죠. 숲에 사람을 잡아먹는 마녀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 그러나 사티아는 이것이 인간 남자의 범행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집에서 불불과 의사 수디프 사이에 묘한 분위기를 포착하는데. 

 

*이하 영화의 스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갑니다. 둘째 동생의 아내인 비노디니는 늘 자신이 이 집안의 안주인 인양 행동하거나 불불의 자리를 탐내는듯한 행동을 했습니다. 자라날수록 더욱 다정하게 지내는 사티아와 불불의 모습을 지켜보던 비노디니. 불불의 남편 인드라닐에게 둘 사이에 대한 의심을 심어주는데요. 인드라닐 또한 불불이 사티아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맙니다. 그렇게 인드라닐은 사티아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버리고, 이에 슬퍼하며 매일 사티아를 기다리는 불불의 다리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아주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말이죠. 그 후 인드라닐은 저택을 아예 떠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피투성이의 다리를 고정시킨 채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파하는 불불. 그날 밤, 더욱더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둘째 동생 마헨드라가 들어와 불불을 성폭행한 것. 불불은 고통에 절규하다 숨을 거둡니다. 그 찰나에, 불불은 흑화 합니다. 진짜 전설 속 마녀가 되어버린 것이죠! 떨면서 침대로 기어들어온 마헨드라를 보고 그의 아내 비노디니는 모든 사실을 알아버렸지만, 가문의 명예를 위해 덮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다음 날 불불을 치료하기 위해 왕진을 온 의사 수디프는 불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버렸죠. 

 

그렇게 마녀가 된 불불, 피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마헨드라를 죽였고, 아내를 폭행하는 남자를 죽였으며, 어린 소녀를 유린하는 늙은 남자를 죽였습니다. 한편, 사티아는 의사 수디프를 찾아 불불과의 묘한 관계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들을 죽였다는 의심 때문인지 잡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숲 속에서 갑자기 마부가 살해당하면서 가던 길을 멈추게 된 이들. 사티아는 숲속에서 여자의 형체를 보고 총을 쏩니다. 의사 수디프는 그를 말리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숲에 불이 붙어버리죠. 숲 속의 그녀를 마녀라 하는 사티아, 그녀는 마녀가 아니라 여신이라는 수디프. 사티아는 발이 뒤로 꺾인 마녀의 모습을 한 불불을 보고 맙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사티아는 절규하는데. 온 숲이 화염으로 휩싸이고, 불불마저 불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무도 없는 저택에 인드라닐이 돌아옵니다. 그날 밤, 침실에서 홀로 누워있는 인드라닐 앞에 불꽃으로 뒤덮인 불불이 나타나고, 그녀가 씩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진득한 리뷰 & 해석

2021년을 사는 한국인의 머릿속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조혼'에 대해 먼저 짚어봅니다. 힌두교 법전에서는 초경 전 여성을 신성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초경 전 약 12세 - 13세의 나이에 성인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이 바로 인도의 조혼 풍습입니다. 현재는 인도 정부에서 조혼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하죠. 게다가 여자 측에서 어마어마한 지참금까지 더해 결혼을 시켜야 한다는데. 이런 풍습과, 가부장적인 문화, 남녀 간의 상하관계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집안 내부의 일이라며 쉬쉬해버린다거나, 신고로 인한 불이익 때문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영화 불불은 이런 인도 문화에 기반해, 오랜 시간 수 없이 많은 여성들을 고통과 두려움 속에 몰아넣은 악습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아뇨, 제 남편은 어려요. 아저씨는 어른이잖아요."

 

불불은 결국 숲 속을 뛰어다니던 그 어린 나이에 낯선 곳으로 와서는 원치 않는 나이 든 아저씨와 결혼을 하고, 좋아하는 남자를 잃고, 오랜 기다림 속에 가슴앓이를 했으며, 글을 더 이상 쓰지 못하고, 낯선 집에서 시동생에게 은근한 구박을 받고, 끝내 입에 담지 못할 폭력까지 당하고 말았습니다. 불행의 종합 세트같이 보이는 이 영화의 내용은 영화의 붉은빛 가득한 화면처럼 판타지 픽션같이 보이지만, 인도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판타지 호러가 아닌, 거의 내셔널 지오그래피 수준의 다큐, 충격 실화 중 하나일 뿐입니다. 고통 속에 아스러져 갔던 수많은 여성들을 위로하는 불불. 발이 뒤로 돌아간 섬뜩한 마녀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의사 수디프의 말처럼 그녀는 결국 수호신입니다. 

 

영화는 적은 예산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 같이 연출적으로는 약간 부족함이 느껴졌습니다. 시종일관 뒤덮이는 붉은색 또한 이 영화의 특정한 색감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과할 정도였죠. 그러나 이러한 연출적 약점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관람 후에 남는 여운은 대단합니다. 너무 충격적이기도 하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시작은 판타지 공포 스릴러로 시작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슬픈 드라마가 되어가니까요. 

 

인도의 여성 인권이 1880년 인도제국 시대보다 훨씬 더 좋아지는 내일이 오길, 또 다른 불불의 이야기들이 생겨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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