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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거르는 한국영화 밤시리즈 - 넷플릭스 <낙원의 밤 (2021)> 리뷰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1. 4. 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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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거르는 한국영화 밤 시리즈 - 넷플릭스 <낙원의 밤 (2021)> 리뷰

 

넷플릭스에 오랜만에 한국영화 신작이 공개되었습니다. 요즘 핫한 배우 전여빈 님 주연, 신세계와 마녀 감독으로 유명한 박훈정 감독의 작품, '낙원의 밤'입니다. 일단 포스터에서 반해버렸고, 전여빈 배우에 푹 빠져있던 터라 큰 기대를 가지고 공개 당일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 제목이 '밤'으로 끝나길래 뭔가 쎄하다 싶었더니, 그 느낌이 딱 맞았습니다. 이제부터 한국영화 '밤'시리즈는 거르고 봅니다. 자세한 후기는 지금부터 시작해볼게요. 


줄거리

주인공 태구(엄태구 배우)는 사랑하는 누나와 조카를 한 순간에 잃었습니다. 그렇게 장례식장, 양사장(박호산 배우)이 조문을 와서는 도 회장을 언급합니다. 태구는 도 회장이 본인 밑으로 들어오라 했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누나와 조카가 죽은 걸까요? 태구는 도 회장을 찾아가서는 칼로 복수를 합니다. 그리고 제주도로 도망치죠. 총기 거래를 하는 구토와 그의 조카 재연(전여빈 배우)과 함께 머물게 됩니다. 

 

그 시각 서울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도 회장은 살아있고 도 회장 밑에 있는 마이사(차승원 배우)는 화딱지가 제대로 났습니다. 이 사단이 났으니 양 사장과 마이사를 대면시키는 박 과장. 박 과장은 경찰인가 봅니다. 대충 태구가 혼자 저지른 걸로 치고, 태구만 죽이고 끝내는 걸로 합의를 보게 하죠. 그렇게 마이사가 본인의 무리와 양 사장을 데리고 제주도로 향합니다. 

 

한편 제주도에서 만난 구토의 조카 재연은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삼촌이 총기거래상이라 그런가 총도 겁나 잘 쏩니다. 곧 죽을 목숨이라며 까칠하게 굴고 술도 마구 마시는 재연. 그러나 사건이 또 터집니다. 구토 삼촌이 총기 거래를 하다가 배신을 당해 죽임을 당한 것. 재연은 절규하며 남은 놈들을 처리하고, 태구는 그녀와 함께 다른 숙소로 피신합니다. 

 

*이하 영화의 스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본인의 슬픈 과거를 이야기하며 애틋한 마음을 나눕니다. 그리고 태구는 양사장이 배신을 때렸으며 본인을 죽이러 마이사와 북성회가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 한복판에서 얼마간의 추격씬과 액션씬이 펼쳐집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태구가 재연이 있는 숙소로 도망쳐왔는데, 재연은 삼촌이 죽은 창고에 다시 가버린 상태. 그리고 그곳에서 재연이 마이사의 인질로 잡히고 맙니다. 태구는 결국 마이사와 북성회 조직이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가죠. 

 

끔찍하게 폭행당하고 칼에 여러방 맞는 태구를 보며 재연은 울부짖습니다. 여기서 알게 된 사실, 태구의 누나와 조카를 죽인 것은 북성회 도 회장이 아니라 양 사장이었습니다. 피를 흘리면서도 양 사장에게 복수를 하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죽음을 맞은 태구. 마이사와 무리들은 재연을 그 자리에 두고 떠나버립니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재연. 

 

다음날, 재연은 마이사 무리와 양사장이 회식을 하고 있는 횟집을 찾아가서 문을 잠급니다. 그리고 뛰어난 사격솜씨로 그곳을 쓸어버리죠. 이 곳에서 아무도 살아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바닷가로 향한 재연, 총구를 본인에게 들이대고, 큰 총성이 울리며 영화가 막을 내립니다. 


진득한 리뷰 & 해석

제목이 '밤'으로 끝나는 한국영화에는 다양한 망작들이 있습니다. '사라진 밤' '기억의 밤' '7년의 밤' 등. 네글자의 밤 시리즈가 이렇게 하나 더 늘었네요. '낙원의 밤'. 믿고 거르셔도 되는 네 글자 밤 시리즈입니다. 네, 오늘의 리뷰는 2021년 기대작이었던 낙원의 밤 신랄한 혹평입니다. 

 

일단 제목이 왜 '낙원의 밤' 인지 해석해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낙원. 여기서 낙원이 의미하는 것은 진짜 '제주도'라는 공간 하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제주도. 현무암 돌담에 숲이 가득하고 바다가 아름다운 그곳. 그게 아니라면 '낙원'으로 은유적으로 표현될만한 어떤 것도 없습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전혀 행복하지 않거든요. 태구는 둘밖에 없는 가족을 잃었고, 재연은 부모님을 끔찍한 사건으로 잃고 삼촌마저 떠나보냈으며 본인은 큰 병을 앓고 있으니까요.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감정적인 교감은 있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뷰가 펼쳐지는가? 하면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시종일관 화면에 그놈의 파란색 필터를 끼워놓아서 이게 제주도인지 강원도인지 블라디보스토크인지 알게 뭐람 하는 정도이니까요. 그러니 이 영화에서는 '제주도'라는 공간에 있다는 설정이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밤은 무엇인가? 혹시 이 모든 사건들이 밤에 터지나요? 하면 아닙니다. 그냥 대낮에 펼쳐집니다. 그러나 사건들이 너무나 어둡기만 해서 영화 전체가 밤 같은 느낌이 들긴 하죠. 제주도라는 낙원의 어둠, 제주도에서도 이런 끔찍한 사건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 뭐 이런 정도로 제목을 해석할 수 있겠군요. 

 

이 영화에서 주목해서 볼만한 점은 전여빈 배우의 연기 뿐입니다. 다른 배우들은, 심지어 차승원 배우마저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무슨 캐릭터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디선가 본 것 같이 가오를 잡는데 약간 코믹한 게 아, 신세계에서 본 것 같은 캐릭터 중 하나?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차승원 배우 주연의 '하이힐'을 봤습니다. 비슷한 액션 누아르 영화였는데, 그 영화와 비교하니 어떤 것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지, 어떤 것이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것인지 아주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관객을 휘어잡을 정도로 차승원 배우의 눈빛과 존재감은 강렬하지만 이 영화에서 굳이 차승원 이어야 했나? 하면 그냥 이름 모를 어느 배우가 했어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엄태구 배우는 이 영화에서 정말 개성이 없습니다.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가 평면적이에요. 시종일관 깔려있는 목소리가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어울렸지만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는 데 한몫한 것 같습니다. 사극톤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양 사장 역할이야 말로 이 영화를 가장 유치하게 만드는 포인트였습니다. 사실 처음 등장부터 각이 나왔어요. 저 새끼가 누나랑 조카 죽였구나. 그러니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보이고, 기대감이 없어집니다. 그런 영화는 당연히 재미가 없지요. 대사까지 구리면 더더욱이요. 

 

대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할말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어느 대사를 유행어로 만들고 싶어서 애가 타 죽겠나 봅니다. 재연과 태구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한 세네 번은 말을 하는데 이 대사 별로 재미없어요. 클리셰한 말이니까요. 1절만 했으면 싶었습니다. 구토 아저씨도 총 사고 떠나는 조직원들에게 맨날 똑같은 대사를 날립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반복되는 대사가 많아요. 반복되는 대사 쓸 거면 좀 참신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게다가 저는 이 영화에서 나오는 육두문자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온 가족이 빵 터질 정도로 이 영화를 쓴 작가는 욕을 못하는 게 틀림없어요. 한국어의 위대함은 창의력에 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창의적인 욕이 있다니? 싶을 정도로 다양한 욕이 난무하는 시대에 이 영화에는 단 두 개의 욕만 나옵니다. 모든 사람이 그 두 개의 욕을 똑같이 사용하며, 그것도 지나치게 자주 합니다. 사실 육두문자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아요. 되게 할 말 없어 보이게 하거든요. 그래서 또 똑같은 욕을 하는구나... 이 사람 되게 생각도 없고 무식하구나. 마지막 창고 씬에서 세 명의 사람들이 주로 대사를 칩니다. 잘 들어보세요, 그 세명의 대사가 똑같습니다. 그러니 각각 다른 세 명의 캐릭터가 똑같아집니다. 밋밋한 캐릭터, 평면적인 화면. 재미없어요.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영화에서 박수를 받을 포인트는 전여빈 배우의 연기 뿐입니다. 전여빈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 대사톤, 눈빛은 다른 작품에서도 완벽하게 드러났습니다.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다가도 흡입력이 있는 매력적인 페이스로 보이죠. 정말 엄청난 배우입니다. 오래전 반도를 봤을 때, 구교환 배우가 등장하는 부분만 영화 같아 보이던 그때의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전여빈 배우가 나오는 장면만 재미있었습니다. 물회에 한라산 먹고 경찰 아저씨와 실랑이할 때 빵 터졌어요. 드디어 이 영화가 재미있어지나? 했는데 거기까지인 것이 아쉬웠습니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한국판 'manners maketh man'은 꽤 괜찮았어요. 

 

그러나 이런 한국영화는 그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믿고 거르는 4글자의 '밤' 시리즈가 되어버렸으니까요. 넷플릭스 신작으로 벌써 많은 분들이 시청하고 계실텐데, 이 리뷰는 언제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리뷰라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너무 아쉽고 너무 별로였던 올해 최악의 영화 중 하나, 낙원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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