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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팬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 영화 <미저리 (Misery, 1990)> 리뷰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1. 4. 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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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팬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 영화 <미저리 (Misery, 1990)> 리뷰

요즘 정말 유명하지만 보지 못한 옛날 영화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보게 된 이 영화! 오늘의 영화, 스티븐 호킹 원작, 롭 라이너 감독의 1990년 대명작 '미저리'입니다! 


줄거리

유명한 소설가 '폴 쉘던'(제임스 칸 배우)은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소설을 오랫동안 연재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소설만을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 폴, 소설 속 여주인공 '미저리'가 죽는 결말로 시리즈를 마무리 지었죠. 그러고 나서 늘 방문하는 산장에 꼭꼭 박혀서 새로운 작품을 마무리한 그는 차를 몰고 뉴욕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눈보라가 얼마나 세차게 치는지, 사고가 나서 비탈길에 차가 추락해버렸습니다. 이대로는 딱 죽기 일보 직전의 폴. 누군가가 차문을 열고 그를 구해내는데. 

 

눈을 떠보니 이 곳은 누군가의 집입니다. 

"난 당신의 넘버원 팬이에요. (I'm your number one fan.)"

이렇게 본인을 소개하는 여자. 이 여자의 이름은 애니(케시 베이츠 배우)입니다. 본인이 눈보라 치는 날 폴을 구했고, 당신이 쓴 소설을 사랑한다는 애니. 지금은 눈보라가 심해서 전화도 끊기고 길도 막혔다며, 다행히 본인이 간호사이니 안심하고 치료를 받으라고 말하죠. 안심하는 듯한 폴. 그런데 듣고 보니 참 이상합니다. 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이 여자, 폴을 늘 지켜보고 있었대요. 

 

폴은 새로 쓴 소설을 애니에게 읽어보게 해줍니다. 영광이라면서 '오~폴!'을 남발하던 그녀는 이번 소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요. 애니는 이번에 새로 나온 폴의 소설을 읽을 생각에 들떠있습니다! 바로 폴이 완결지은 미저리의 마지막 책이 출간된 것이죠. 처음에는 설레어서 어쩔 줄을 몰라하던 그녀, 폴의 앞에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나타납니다! 

"넌 내 미저리를 죽였어!"

지금부터 애니의 본모습이 들어납니다. 

 

*주의! 이하 영화의 스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제 눈도 녹아서 길도 트였고 병원에 연락도 가능하지만 누구에게도 신고하지 않은 애니. 폴은 그냥 여기 갇힌 겁니다. 애니는 불현듯 따뜻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그리고 지금 쓴 소설을 태워버리라고 명하죠. 어쩔 수 없이 피땀 눈물 들여 쓴 새로운 소설에 불 지르는 폴. 그리고 더욱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애니가 폴의 방에 작업실을 마련한 거예요. 타자기도 가져오고, 종이도 가져온 애니. 이제부터 미저리가 살아 돌아오는 새로운 후속 편을 쓰라고 합니다.

 

폴은 애니가 없는 사이 탈출을 감행합니다. 그러나 바깥으로 나가는 문은 다 잠겨있고, 전화도 되지 않아요. 이 여자, 알면 알수록 또라이입니다. 그간 본인의 행적을 담은 스크랩북도 있고요, 폴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폴은 꼼짝없이 갇혀서 기회만 보기로 합니다. 지금은 다리도 쓸 수 없고, 이 몸으로 탈출하기는 불가능하거든요. 그렇게 새로운 미저리 시리즈를 강제로 쓰기 시작하는 폴. 밤에는 애니 몰래 타자기를 들고 운동을 해서 힘을 키웁니다. 

 

폴은 모아둔 수면제를 애니에게 먹이려고 하다가 실패합니다. 몰래 부엌에서 칼도 가져와서 침대 밑에 숨겨두고 기회를 엿보던 폴. 어찌된 일인지 애니가 폴이 방 밖으로 나왔었다는 사실을 눈치를 채 버렸습니다! 이번엔 망치로 폴의 발목을 부러뜨려버리는데. 폴은 그렇게 꼼짝없이 미저리를 끝까지 씁니다.

 

밖에는 폴의 실종사건을 아주 천천히 수사하던 늙은 경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니의 행동을 유심히 보던 경찰이 그녀의 집에 들이 닥치죠. 애니는 눈치를 채고 폴을 지하실에 숨깁니다. 태연하게 미저리의 팬이라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애니. 그렇게 경찰이 떠나려던 찰나, 지하실의 폴이 소리를 지릅니다! 경찰이 다시 들어와 지하실의 문을 벌컥 열고 폴을 발견한 그 순간! 애니가 총으로 경찰을 쏴버렸군요. 애니는 폴과 함께 자살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폴은 책을 거의 마무리 지었으니 이것만 끝내고 죽자고 설득합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애니는 이 미끼를 물어버리죠. 

 

폴은 애니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마감 세레모니를 할 수 있도록 부탁합니다. 그리고 애니가 잔을 가지러 간 사이, 그동안 쓴 원고에 기름을 뿌리는데! 애니가 들어오자마자 폴은 복수를 합니다. 미저리 원고에 불을 지른 것! 애니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폴을 죽이려 합니다! 폴도 이제 가만히 있지 않죠. 반격에 반격을 거듭해 애니에게 대항한 폴, 결국 애니가 죽고 맙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폴은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구출되어 편집자와 미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에 자꾸만 애니의 얼굴이 보입니다. 주문을 받으러 다가오는 웨이터의 얼굴에서도 말이죠. '

저 작가님 넘버원 팬이에요.'

그의 트라우마는 그렇게 계속됩니다. 


가벼운 리뷰

이 영화는 위와 같이 따뜻한 색감에, 90년대 초반 특유의 화면 질감, 연극적인 세팅을 가지고 연출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처음 볼 때에는 이 영화가 스릴러라고? 할 정도였어요. 이 여자는 딱 봐도 스토커이긴 한데, 일단 뭐 목숨을 구해줘서 치료도 해줬으니 앞으로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겠어? 하고 생각했던 것은 저의 크나큰 오산이었습니다. 

 

작가로 나오는 남자의 덩치를 보세요. 엄청 큽니다. 다리를 다쳐서 못 움직이니 또 얼마나 무겁겠어요? 그런 남자를 애니라는 여자는 훌쩍 어깨에 둘러맵니다. 그냥 엄청나게 힘이 센 여자예요. 이 여자가 여리여리하고 쪼글쪼글한 할머니였다면 좀 덜 무서웠겠죠. 옷도 60년대 미국의 독실한 청교도 집안의 목장 소녀들이 입을 것 같은 옷을 입고 나오는 이 여자. 세상 평화로운 표정을 짓다가도 급발진을 시작하면 소름이 쫘악 끼칩니다. 그때마다 카메라는 애니의 얼굴을 정면이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샷으로 담는데, 허공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어찌나 위압적인지.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은 이 영화를 보고 하는 말이 틀림없어요. 

 

이 영화를 보아야 '미저리'라는 말의 어원을 알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사생활과 일상을 캐내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어 하며 나와 특별한 관계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그런 인물... 오늘날에는 미저리라는 말 대신 '사생'이라는 말이 그 말을 대체하고 있는 것 같군요. 대충 줄거리도 듣고 워낙 유명한 영화라 어떨지 예상하고 있기는 했지만 실제 영화로 보니 더 충격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애니로 등장하는 '캐시 베이츠' 배우의 엄청난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 90년대 웰메이드 스릴러, '미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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