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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와 함께 해석하는 영화 < 해피투게더 (Happy Together 春光乍洩, 1997) >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1. 4. 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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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와 함께 해석하는 영화 < 해피투게더 (Happy Together 春光乍洩, 1997) >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영화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이 영화를 고를 겁니다. 양조위와 장국영의 눈빛, 쏟아지는 폭포보다 강렬한 감정. 최고의 감독, 왕가위 감독이 선사하는 알싸한 분위기에 며칠이고 휩싸이는 여운. 오늘의 영화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한 1997년 홍콩 영화, 칸 영화제 수상작 '해피투게더' 입니다. 


줄거리

아휘(양조위 배우)와 보영(장국영 배우)은 연인입니다. 홍콩 출신의 두 사람은 이과수 폭포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아르헨티나에 찾아왔죠. 그러나 도중에 길을 잃었습니다. 그리곤 둘이 사소하게 다투더니 헤어져버렸어요. 

 

이별 후 아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와서 탱고바에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돈을 벌어서 홍콩에 돌아가는 것이 목표이죠. 이 탱고바에 보영이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것도 웬 낯선 남자들이랑 같이 말이에요. 가만히 잘 있던 사람 마음 뒤흔들어놓고 다시 찾아와서 같이 있자는 둥 매달리는 보영. 아휘는 네가 내 돈을 다 쓰지 않았냐며 화를 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밤, 피투성이 모습으로 보영이 아휘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크게 다친 탓에 나을 때까지는 손도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보영. 그렇게 아휘의 집에서 다시 같이 지내게 되는데.

 

보영은 아휘에게 다시 시작하자 합니다. 아휘는 이에 정확한 대답을 하진 않죠. 아휘는 같이 자려고 하고, 몸을 부대끼는 보영에게 화를 내지만 그러면서도 밥도 먹여주고 벌어온 돈으로 보영의 모든 것을 케어해줍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함께 지내며 투닥투닥하면서도 아슬아슬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아휘는 늘 보영이 어느 날 떠나버릴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몰래 보영의 여권까지 숨겨버렸고요. 

 

*주의! 이하 영화의 스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휘는 탱고바에서 식당으로 일자리를 옮깁니다. 그리고 소리를 잘 듣는 대만인 동료, '장'을 만나게 되죠. 장이 듣던 아휘의 통화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대화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휘는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 사이, 보영의 손이 다 나았습니다. 집에 돌아가니 보영이 없습니다. 돌아온 보영 말로는 담배를 사러 나갔다 온 거라는데. 아휘는 몇 보루의 담배를 집에 사다가 쌓아놓습니다. 보영은 그 담배를 모두 집어던지죠. 그리고 보영은 결국 아휘를 떠나버립니다. 

 

상처 받은 아휘를 위로해주는 동료 장. 장은 돈을 다 모았다며 대만으로 가기 전 세상의 끝에 다녀오겠다 합니다. 아휘가 하고 싶은 말을 녹음해주면 그곳에 가서 버리고 오겠다는데. 아휘는 녹음기를 붙잡고 오열하고 맙니다. 장이 떠난 후, 아휘는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기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 도살장에서 일을 합니다. 우연히 공중화장실에서 보영을 마주치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였죠. 

 

마침내 아휘는 돈을 모아 홀로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갑니다. 무섭게 쏟아지는 폭포 밑, 흩날리는 물을 맞으며 슬픈 표정을 짓는 아휘. 한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보영이 아휘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아휘는 이미 떠난 상태였죠. 보영은 그제야 탁자 위에 놓인 자신의 여권을 발견합니다. 아휘가 그랬듯 담배를 채워놓기도 하고, 아휘의 담요를 덮고 보영은 눈물을 흘립니다. 

 

장은 세상의 끝에 도착해 아휘의 녹음을 틀어봅니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우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었죠. 아휘는 홍콩으로 돌아가기 전 대만 타이베이에 방문합니다. 그리고 랴오허제 야시장에 들러 장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그 식당에 붙어있는 장의 사진을 하나 빼와서 간직하기로 하네요. 영화는 중샤오푸싱역을 출발해 달리는 열차에서 보는 타이베이 시내를 비추고, Danny Chung의 '해피투게더'가 흘러나오며 막을 내립니다. 


노래 가사 해석 & 진득한 리뷰

영화의 OST인 대니 정의 '해피투게더'. 이 음악에 더해 대만 타이페이 시내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 저는 부에노스아이레스도, 홍콩도 아닌 대만이 그리워지더군요. 누군가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아련한 어릴 적 장소에 대한 그리움처럼, 전 세계 관객의 마음에 가보지 않은 곳, 새로운 문화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라 하던데,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중경삼림을 보며 '캘리포니아 드림'을 들으면 미국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홍콩이 아리도록 그리워지고, '해피투게더'를 들으면 홍콩과 대만을 오가며 살고 있을 것 같은 아휘와 영영 떠나버린 아휘를 그리워하는 보영의 마음이 어느 한편을 아련하게 하니 말이죠. 

 

자유로운 영혼.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훨훨 날아가서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를 원했던 보영. 그는 그렇게 멋대로 사라져서 아휘와 헤어졌다가도 다시 시작하자며 돌아오는 장본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휘는 그런 보영을 결국은 늘 받아줬어요. 보영은 아휘가 그리워지면 전화를 걸었고, 다시 그의 집을 찾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죠. 특히 부엌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춤을 추는 씬은 그 어떤 장면보다 인상 깊습니다. 

 

아휘와 보영의 모습을 보고있으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두 사람은 일단 가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고향에 돌아갈 돈도 없이 무작정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와서는 별 목표도 없이 삽니다. 집의 벽지는 다 뜯어졌고, 침대에는 이가 들끓죠.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습니다. 자꾸만 화면에 비치는 이과수 폭포의 폭포수처럼 그들의 감정은 멈출 방법도 없이 무시무시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그러나 아휘는 제멋대로 왔다가 떠나는 보영에 끊임없이 상처를 받습니다. 손이 다 나으면 진짜 그가 떠나버릴까 전전긍긍하기도 하죠. 반면 보영이 느끼던 감정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아휘 또한 보영처럼 방황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의 원인이 외로움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죠. 보영은 아휘에게 매달리고, 사랑해달라 떼를 쓰고, 집을 비운 아휘와 전화하기를 좋아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휘는 결코 다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다 일 때문에 늘 외출을 했죠. 외로움. 보영이 자꾸만 그를 떠난 이유는 외로움이 아니었을까요. 서로를 향한 쏟아지는 마음에 서로를 불태워버리는 애처롭고 치명적인 관계, 결코 정상적이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꿈꾸는 사랑의 극단. 

 

그럼에도 아휘가 보영과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은 그렇게도 돌려주기 싫어했던 보영을 여권을 두고 온 장면과, 마지막에 이제까지 등장했던 배경과 달리 완벽하게 새로운 장소인 타이페이가 펼쳐지는 장면에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보영은 결국 다시 아휘를 찾았지만, 그 둘은 이제 다신 서로를 만날 수 없을 거예요. 함께해서 행복한 순간이 있었지만 영화의 제목과 달리 두 사람은 영영 함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서로를 만나지 못해 영영 불행하더라도 말이죠.

 

영화 속에는 아휘의 모습이 더 많이 담겼지만, 이 노래만큼은 아휘보다 보영의 시점에서 부르는 노래인 것 같군요. 

 

If i should call you up

동전 하나 값으로

Invest a dime

당신에게 전화를 걸면

And you'd say you belong to me

당신이 내것이라 말해주겠지

And ease my mind

그걸로 내 마음은 편안해져

Imagine how the world could be

세상이 어떨지 상상해봐

So very fine

너무나 근사하겠지

So happy together

우린 함께 행복할거야

I can't see me loving nobody but you

나는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을 절대 사랑할 수 없을 거야

For all my life

영원히

When you're with me baby the skies will be blue

당신과 함께라면 하늘은 늘 파란색일 거야

For all my life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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