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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 주연의 영화 < 죄많은 소녀 (2018) > 리뷰 & 해석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1. 3. 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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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 주연의 영화 < 죄 많은 소녀 (2018) > 리뷰 & 해석

드라마 빈센조, 멜로가 체질, 영화 해치지 않아에서 매력적인 페이스, 진한 연기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배우, 전여빈 주연의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죄 많은 소녀'는 김의성 감독의 2018년 작품으로, 그 어떤 영화보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접근으로 실종과 죽음, 관계, 인간의 단순하고도 복잡한 감정에 대해 주목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오늘 기준 넷플릭스, 왓챠에서 모두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줄거리 

영희(전여빈 배우)가 오랜만에 학교에 돌아왔습니다. 수화로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영희.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영희, 한솔, 경민이 지하철 역에서 마주친 다음날, 경민이가 실종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는 영희를 붙잡고 이것저것 묻는 담임선생님. 영희는 경민이와 함께 클럽에 공연을 보러 갔다고 합니다. 영희를 보는 담임선생님의 눈빛은 영 좋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그런거 아니에요."

 

학교에 경찰이 찾아왔고, 다른 학생들은 경민이와 친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저 경민이가 좀 어두웠고, 우울한 노래를 자주 들었다는 것 밖에는. 그리고 이제 영희 차례입니다. 영희는 본인이 경민이를 죽인 것처럼 몰아가는 듯 말하는 경찰에 화가 납니다. 먼저 진술한 한솔이를 대면시키는 경찰. 영희가 경민이의 자살을 부추기는듯한 말을 했다는군요. 영희는 장난처럼 가볍게 말한 것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경민이의 엄마가 뒤에서 분노합니다. 

 

교실에 돌아가니 애들이 영희의 물건을 뒤지고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경민이의 유서가 있나 뒤져보라고 했다는군요. 화난 영희는 짐을 챙겨 학교를 나가버립니다. 그 뒤를 쫒아간 경민이의 엄마. 영희는 이게 다 경민이가 본인에게 엿 먹어보라고 놀리는 거라 말합니다. 자신이 직접 경민이를 찾아오겠다고까지 말하는 영희. 

 

*주의! 이하 영화의 결말 및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경민이는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경민이의 장례식장. 학생들을 줄을 세워 조문하게 하는 선생님들. 그 뒤로 영희가 나타납니다. 경찰을 찾아와 그날 진술을 수정하고 싶다 말하는 영희. 

"경민이 걔요. 어차피 죽을 애였거든요. 걔가 엄마 수면제 먹고 죽을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먼저 죽었어야 했는데. 원래 제가 먼저 그 다리에서 뛰어내릴 생각이었는데 걔가 제 아이디어 뺏어간 거에요."

선생님은 영희를 때리고, 화를 냈습니다. 영희는 그 길로 부의봉투를 찢어 유서를 씁니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가 락스를 통째로 벌컥벌컥 들이켜죠. 고통에 몸부림치는 영희를 누군가가 발견해 응급실로 데려갑니다. 

 

영희는 죽지 않았지만 이제 말을 할 수 없고, 음식물도 호스로 밖에서 주입해야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 사이에 동요가 있습니다. 영희가 경민이를 죽게 했다는 말만 듣고 복수랍시고 영희를 괴롭혔던 일진 유리가 한솔이에게 따집니다. 알고 보니 한솔이가 거짓말을 한 것이었군요. 한솔이가 병원에 있는 영희를 찾아옵니다. 한솔이는 영희를 좋아했고, 경민이도 영희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운운하는 경민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진짜 죽음으로 몰 수 있는 한 마디를 했던 것, 바로 한솔이였죠. 

 

한편 경민의 엄마는 영희의 병원비를 대주고, 옷과 음식까지 챙겨주려 합니다. 사과를 하는 영희의 아빠, 이제 영희가 그런 것 아니라고 결론도 났고 부담스러우니 그만 찾아와 달라 말하지만 경민의 엄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뭐가 해결됐는데요. 무슨 결론이 났는데요, 쟤 저렇게 입 다물고 있는데?"

 

영희가 등교를 하며 장면은 영화의 첫 부분으로 돌아갑니다. 영희가 하는 수화의 자막이 이어집니다. 

'나는 여러분이 그토록 원하던 나의 죽음을 완성하러 왔습니다. 여러분 앞에서 가장 멋지게 죽고 싶습니다.'

 

영희 곁에 몰리는 학생들. 영희네 집까지 찾아가 괴롭혔던 일진 유리는 괜한 여자애를 잡아 족쳐놓고 얘가 경민이를 저주하고 다녔다 합니다. 영희는 그 여자애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더니 다시 꼭 안아줍니다. 영희를 욕하고 다녔던 다솜은 담임선생님이 본인을 성추행했다는 글을 쓰고, 폭행죄까지 더해 경찰에 잡혀가게 만듭니다. 그 사이 경민의 엄마는 학교를 찾아와 경민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내겠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이 이를 거부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영희에게 경민의 엄마는 '좋아 보인다'며 싸늘한 말을 던집니다. 

 

영희는 한솔과 함께 경민의 엄마를 찾아갑니다. 같이 앉아 식사를 하자는데, 한솔은 경민이에 대해 말합니다. 자기가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 했으며, 이기적인 애라고 말이죠. 경민의 엄마는 영희에게 너는 경민이 때문에 다시 살아난 거니 고마워하라고 합니다. 영희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말을 합니다. 경민이가 왜 죽으려고 했는지 본인에게는 말해줬으며, 너무 이해가 되어서 말리지 못했다고. 

"내일이면 내가 왜 죽었는지 사람들이 물어볼 거예요. 그 이유나 잘 대답해주세요."

경민의 엄마는 갑자기 나이프로 본인의 가슴을 찌르기 시작하고, 영희는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마지막 장면, 경민이 마지막으로 보였던 그 굴다리를 홀로 걸어가는 영희. 뒤쫓는 카메라를 살짝 뒤돌아 응시하고는, 다시 걸어갑니다. 카메라는 떠나는 영희를 따라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진득한 리뷰 & 해석

1. 의심 

사람들은 남의 말만 듣고 쉽게 사람을 의심합니다. 화장품 가게 장면부터 그렇죠. 화장품을 훔친 사람이 죄 없는 친구를 일러바치니, 점원이 그 말만 듣고 경민이를 의심해 가방을 수색합니다. 이 장면이 왜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 영화의 큰 복선이었군요. 영화는 끊임없는 복선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는 영화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복선이 차곡차곡 쌓여 결과가 나온 것 같은, 그런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영화 속에서 영희는 끊임없이 의심으로 내몰립니다. 생리통 때문에 양호실을 찾았는데 선생님은 한 달이 안된 것 같다며 영희를 의심합니다. 영희는 굳이 피를 보여주며 본인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끝끝내 카메라는 영희의 화장실 장면까지 보여주며 영희가 생리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줍니다. 그러니 영희는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저 담임선생님도, 친구들도 다들 믿어주지 않았을 뿐. 영희는 의도치 않게 죄 많은 소녀가 되었으며, 본인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피까지 내보여야 합니다. 본인의 말을 쥐꼬리만큼도 받아주지 않는 담임선생님과의 대화 후, 락스를 마시고 피를 토하는 장면은 양호실 장면과 일맥상통합니다. 

 

2. 맥거핀

이 영화에서 경민이가 죽은 진짜 이유와 경위는 그저 맥거핀일 뿐입니다. 관객은 처음부터 경민이가 왜 죽었는지, 어디에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품지만, 영화는 끝내 이에 대해 정확히 짚어내지 않습니다. 그저 정황상 예상할 수 있을 뿐이죠. 이는 생각건대 감독이 의도한 바이며, 이로서 경민이의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 감정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사건이 아닌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영화이니까요.

 

퀴어 코드가 섞여있지만 이 부분을 별다르게 조명하지 않는 것 또한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세명의 소녀들 사이의 삼각관계, 질투, 우정, 사랑이 누군가의 죽음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포인트죠. 경민이는 영희를 좋아했고, 그런 경민이를 질투하는 한솔이가 부추기는 말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경민이가 자살을 생각하게 된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애초부터 수면제를 먹고 죽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 정확한 이유는 경민이와 영희만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저 우리는 경민이의 부모를 그 원인으로 탓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이가 죽었는데 자살이 아닌 실족사로 하면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다 말하는 아빠. 직장 다니느라 그동안 바빴던 엄마의 섬뜩하리만큼 집착하는 성격을 보면 말이죠. 

 

3. 죄책감

학교, 담임 선생님과 주변의 학생들, 그리고 경민의 엄마는 본인의 죄책감을 떨쳐내려 각각의 방법으로 애를 씁니다.

 

교장선생님은 학교 이미지부터 생각하고, 담임 선생님은 경민이의 죽음 원인을 묻는 교장선생님에게 경민이가 자주 들었다는 음악을 들려주며 '원래 우울한 친구'라는 프레임을 씌웁니다. 아이의 특이점을 살펴야 하는 사람은 매일 만나는 가장 가까운 어른, 선생님이어야 할 텐데 말이죠. 그런 의무를 져버린 담임. 그 죄책감을 오히려 영희에게 떠넘기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영희에게 하는 말도 어이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며 뻔뻔해져야 한다는 말을 건네는 담임.

 

학생들의 모습 또한 놀라워요. 영희가 '안 좋은 생각을 전염시킨다'며 몰고갈 때는 언제고, 말 못 하는 영희를 갑자기 인싸로 만드는 학생들. 유리는 영희에게 못된 짓 한 게 미안해서 괜한 애를 잡아 희생양으로 만들고, 다솜은 영희를 욕하고 다니더니 그제야 영상을 만들어 병문안을 옵니다. 담임선생님 복수를 대신한 것도 다솜이었죠.

 

본인의 책임을 어떻게 해서든 회피하려 하는 사람들, 양심의 가책을 어떻게 해서든 내려놓으려 하는 사람들. 그 모습이 잔인하리만치 사실적으로 연출되어 차갑게 피부로 와 닿습니다. 

 

특히 경민이의 엄마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경민이가 도대체 왜 죽었는지는 알고 싶어 하지만, 친구들에게 경민이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꺼내니 그제서야 좋은 모습만 기억하자고 하죠. 무슨 말을 듣게 될지 두려워서일까요? 오히려 경민이의 엄마는 원망할 사람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그 죄책감을 전가할 사람 말이죠. 그 대상이 영희입니다. 영희는 끊임없이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의심뿐이었습니다. 그러니 경민이의 엄마에게는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딸이 그렇게 된 이유. 마지막 장면에서, 영희는 그런 경민이의 엄마에게 죄책감을 있는 그대로 돌려주기로 합니다. 


마지막 장면, 카메라는 죽음을 향해 떠나는 영희를 더 이상 따라가지 않습니다. 영희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도는 듯했습니다. 

"그날 경민이가 나한텐 다 말해줬거든요. 너무 이해가 돼서 말릴 수가 없었어요. "

 

이토록 배우들의 연기가 빛나고, 각본이 빛나고 연출이 빛나는 보석 같은 작품이 있었다니. 보고 나서도 여운이 한참을 가는 영화, '죄 많은 소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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