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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 가지 않은 길 (The Roads Not Taken, 2020) > 해석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1. 3. 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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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 가지 않은 길 (The Roads Not Taken, 2020) > 해석

샐리 포터 감독, 앨르 패닝, 그리고 하비에르 베르뎀 배우의 역작, 2020년 영화 '더 로즈 낫 테이큰(가지 않은 길)'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가 먼저 생각날 정도로 유명한 이 영화의 제목은 관람 전 관객에게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일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이를 되려 장치로 이용해 조금은 불친절하게 연출한 작품입니다. 관람할 때보다는 관람 후에 더 큰 여운이 남는 영화, '가지 않은 길',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줄거리

직장인인 젊은 딸, 몰리(엘르 패닝). 오늘은 아버지 레오(하비에르 바르뎀 배우)를 모시고 치과와 안과 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상태는 영 좋지 않습니다. 택시에 타는 것도, 대화를 하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은 아버지. 착한 딸 몰리는 그런 아버지에게 온 마음을 다하고 있습니다. 

 

레오의 정신은 현실이 아닌 머릿속 어딘가에 머물고 있습니다. 멕시코의 어느 가정, 흑발의 아름다운 아내, 돌로레스가 레오에게 함께 가달라고 하지만, 레오는 자꾸만 거절하죠. 어디에 가자는 건지, 레오는 왜 이렇게 싫다고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레오의 정신은 또 다른 곳에 머뭅니다. 그리스의 한적한 바다. 작가인 레오는 글을 머릿속으로 구상 중이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금발 여성과 대화를 하게 되는데. 

 

다시 현실. 레오는 치과에서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말았습니다. 이 상황이 당황스러울만 할텐데도 몰리는 아버지를 달래며 웃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던 중, 레오가 차에서 뛰어내리는 바람에 응급실에 실려가게 됩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이 곳에 몰리의 엄마이자 레오의 전 부인이 찾아옵니다. 레오는 둘이 이혼을 한 사실도, 키우던 개가 죽었다는 사실도 모두 잊은 것 같군요. 

 

*주의! 이하 본 영화의 결말과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오는 돌로레스와 아들을 찾지만 그의 전 부인이 말합니다. 돌로레스는 레오의 첫사랑이고, 레오가 늘 아들을 원했었다고 말이죠. 전 부인과 레오는 대학시절 만나 결혼했으며 부인은 이미 다른 사람과 재혼해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다시 레오의 머릿속. 레오는 혼자 떠난 돌로레스를 찾아갑니다. 도착한 이 곳은 그가 끔찍히도 오기 싫어했던 아들의 무덤이었죠. 등교 길에 사고를 당했던 걸까요, 레오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슬픔에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다시 레오의 정신은 그리스의 바닷가에 있습니다. 레오는 딸이 태어난 후 작업에 집중이 되지 않아 그리스로 왔고, 아마 지금쯤 딸이 다 자라서 금발의 여성과 비슷한 나이일 것이라 합니다. 그날 밤, 나무 보트를 타고 홀로 바다로 나가는 레오. 다음 날 아침, 그는 보트 위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몰리는 정신이 혼란스러운 아버지를 향한 사람들의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나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회사에 가지 못해서 중요하게 진행하던 일이 날아가버린 탓에 크게 속상해졌습니다. 몰리는 아버지 탓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쳐가고 있군요. 그날 밤, 아버지가 집을 나가버리고, 어느 택시기사의 신고로 다행히 다음날 아침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레오는 말합니다. 나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고. 레오가 그리스에 대해 말하자, 몰리는 자신이 태어난 직후, 아버지가 그리스로 여행을 떠났지만 도착하자마자 곧장 다시 돌아왔다고 들었다 말합니다. 그제서야 레오는 너를 위해 돌아왔다고 말해줍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아버지를 보고, 몰리는 눈물을 터트리며 미소를 짓습니다. 


진득한 리뷰 & 해석

돌로레스와 죽은 아들, 그리스의 바다에서 금발의 젊은 여성을 만나는 레오. 마치 그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처럼 연출되었지만 정황을 따져해석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돌로레스는 그저 레오의 첫사랑일 뿐입니다. 둘 사이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래전 서로를 힘들게 하는 관계로 끝이 났죠. 그러니 둘 사이에 아들이 있었을 리도 만무하며, 그 아들의 죽음 또한 없었던 일입니다. 그렇다면 왜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을까요? 쇼핑몰에서 느닷없이 남의 개를 껴안고 엉엉 우던 레오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현실에서 레오가 지극히 슬퍼하는 죽음은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다해 키웠던 개입니다. 정신을 차린 레오는 개가 죽었다는 사실에 비통해하죠. 이런 그의 마음이 그의 머릿속에 투영되어 아들의 죽음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는 레오가 첫사랑 돌로레스와 미래를 함께했다면 어땠을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과 실제 경험 속 슬픔의 결합이었을 것입니다. 

 

현실에서 레오는 대학시절 만난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딸, 몰리를 낳았죠. 작가였던 레오는 아기가 울고 떼쓰는 소리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어 그리스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그리스에 도착한 즉시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몰리가 이렇게 다 큰 어른이 되도록 함께였죠. 그러니 그리스의 해변에서 젊은 금발의 여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의 환상입니다. 그가 만약 그리스 여행을 떠나 집으로 영영 돌아가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에 대한 환상. 그는 아름다운 그곳에서 영감을 받으며 글을 썼겠지만, 어느 날 바다에 놀러 온 20대 여성을 보고 지난날 놓고 떠나버린 딸에 대해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렇게나 아름답게 자랐을 딸의 얼굴이 궁금하고, 본인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고뇌했을 가지 않은 어떤 길. 

 

돌로레스와 결혼했다면 계속해서 멕시코에 살았을 것이고, 다른 아이를 낳았을 것이고, 지금의 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스 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딸은 아빠 없이 자랐을 테고, 본인은 홀로 쓸쓸히 죽고 말았겠죠. 이 환상에서 눈을 뜬 순간, 레오는 눈 앞에 있는 착한 딸, 몰리를 봅니다. 그가 가지 않은 길 때문에 맞이한 오늘. 레오는 환상과 달리 혼자가 아닙니다. 

 

다른 차원에 지금 내가 사는 이 모습과 동일한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평행우주 이론. 언뜻 레오가 말하는 '나는 어디에나 있었다'는 말은 이 평행우주 이론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치매가 온 어느 남자의 머릿속, 너무나도 실감나는 또 다른 인생, 평행우주가 펼쳐집니다. 어쩌면 평행우주란 다른 어느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머릿속에, 우리의 선택에, 우리의 과거와 현실에 버젓이 존재하는 것 같군요. 우리는 종종 그때 이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과거 어느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바꿀 수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합니다. 그걸로 더 나은 오늘이 있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는 안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마치 레오의 가지 않은 길과 같이, 그 길에도 고통이 존재하고,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존재합니다. 어차피 인생은 럭비공 튀듯이 예상을 벗어나고, 인간은 한없이 부족해서 아무리 좋은 선택을 해도 미련이 남기 마련이니까요. 

 

오늘에 대해, 인생 속 수 많은 갈림길과 선택에 대해, 우리가 가지 않은 그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영화. 하비에르 베르뎀 배우와 엘르 패닝 배우의 묵직한 연기가 가슴속에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품, 2020년 영화 '가지 않은 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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