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는,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저예산 미스터리 스릴러,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 (Block Island Sound, 2020)'입니다. 해외에서는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요. 음, 제가 이 영화에 주는 별점은 5점 만점에 2.5점입니다. 뭔가 미스터리하면서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 그러나 이 영화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는 정말 궁금해지게 만드는 궁금하다 궁금해 영화!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 리뷰, 지금 시작합니다.
관광객이 찾아오는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천명 내외의 소수의 주민들만 살고 있는 작은 섬, 블록 아일랜드. 이 섬에서는 최근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새가 떼죽음을 당해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 섬에서 해리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요즘 좀 이상합니다. 술에 취해서 그러는 건지, 멍 때리기도 하고, 몽유병처럼 밖에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밤새 배를 타고 사라졌다가 아침에나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섬에 누나가 딸과 함께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가 배를 타고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은 것. 바다에 나가보니 배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아버지는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배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이상한 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죠. 수색을 했지만 끝내 아버지를 찾지 못했습니다. 해리는 타살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럴만한 증거가 없는 상황. 해리는 직접 바다에 나가서 아버지를 찾으려 합니다. 다이빙 장비까지 갖추고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잃고 일어나 보니 바닷속이 아닌 배 위였죠. 몸이 조금 이상한 것을 느낍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시체가 해변가에서 발견되고 맙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치뤄지고 해리는 점점 더 이상해집니다. 정신도 못차리겠고, 자기 몸을 제어할 수도 없었죠.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에요. 아버지와 똑같은 현상이 본인에게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멍을 때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본인이 기억하지도 못하는 행동을 하고 있고요. 늦은 밤, 운전하는 옆자리에 아버지가 나타납니다. 무서운 목소리로 '사슴'을 세 번 부르는 아버지. 눈앞에 나타난 사슴을 치어버리는 해리. 정신을 잃었습니다.
*주의! 이하 영화의 결말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납니다. 이번엔 옆집에 묶여있는 개를 세 번 부르는 아버지. 해리가 정신을 차려보니 그 개를 데리고 아버지의 보트를 타고는 아버지가 사라진 그 자리에 와있었습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개도 하늘로 솟구치고, 바닷속에서 물고기들도 하늘로 솟구칩니다. 배 위의 물건들도 하늘로 올라가버립니다. 이내 해리마저 하늘로 빨려 들 듯 올라가버리죠. 그리고 눈을 떠보니, 다시 보트 위에 엎어져있는 해리. 이 상황이 무섭기만 합니다.
해리의 누나는 해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남자를 찾아갑니다. 모든 전자기기를 차단하고 외딴곳에 혼자 살고 있는 남자. 그는 해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해리가 어딘가로 자꾸 찾아가지 않았냐며, 주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그때 그 시각, 집에서 조카딸, 누나를 아끼는 남자와 함께 영화를 보려고 하던 해리는 전자파 속에서 또다시 이상한 멍 때림 현상을 경험합니다. 또다시 무서운 목소리로 말하는 아버지가 나타납니다. '소녀' '소녀' 소녀'를 외치는 아버지. 해리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실패합니다. 조카딸을 억지로 보트에 태우고 출발하려던 순간, 누나가 보트 위로 뛰어듭니다!
또다시 그곳으로 향하는 보트. 누나와 딸은 보트의 창고 안으로 숨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들이 하늘로 빨려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창고 안의 있는 것들도 위로 치솟고, 누나와 딸의 몸도 천장으로 떠오르죠. 해리는 빨려 올라갔고, 창고의 문이 열려버리는 바람에 누나도 빨려 올라갑니다.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고! 구조대가 왔습니다. 창고 안의 딸은 구조되고, 보트 위는 난장판이 되어 있을 뿐 아무도 없군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상한 소리가 나는 바다 한가운데 해리의 누나가 가쁜 숨을 내쉬며 떠오릅니다. 그리고 영화의 첫 부분에 나왔던 대사가 되풀이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엄청나게 기대했던 영화,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습니다! 정보도 별로 없는데 미스테리한 저 포스터가 쫀득하게 저를 이끌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짧은 러닝타임, 도대체 뭔지 궁금하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상황, 무시무시한 소리에 몰입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첫 부분,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고래소리 같기도 하고, 외계인 소리 같기도 한 자연스럽지 않은 소리. 해리의 아버지가 배 위에서 눈을 뜨고, 죽은 물고기와 눈이 마주칩니다. 본인이 뭘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 해리는 음모론자 친구와 술집에 앉아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친구를 무시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친구는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집고양이 기생충인 톡소포자충이 무슨 짓을 하게? 들쥐가 고양이를 안 무서워하게 한대. 고양이는 이렇게 배를 채우지. 겁을 상실한 들쥐가 제 발로 턱밑까지 기어 오니까. 진짜라고. 들쥐뿐만 아니라 인간도 감염시킨대.'
뭔 개소리야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지만, 늘 그렇듯 감독은 영화에 굳이 불필요한 장면과 대사를 넣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의 초반에 있는 대사라면 더 그렇죠.
이번엔 해리의 집을 찾아온 해리의 누나와 딸의 대화입니다. 딸은 밖에서 몰래 개구리를 잡아왔어요.
"삼촌이 엄마도 물속에서 동물을 잡는다던데요."
"그건 달라. 대부분 바다로 돌아가는걸. 우리가 잡는 물고기는 대부분 며칠 후 바다로 돌려보내. 우린 물고기를 연구하거든. 더 많은 걸 알아내려고 공부하는거야. 그래야 더 도와주지."
"죽는 물고기도 있는데 그게 도와주는거에요?"
"심술궂고 무시무시한 짓 같겠지. 근데 용감한 물고기 몇 마리를 밖으로 꺼내 연구하는 게 결국 모든 물고기를 돕는 거야. 우린 좋은 일을 한다고."
각 대사를 통해 우리는 이 영화에 대해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바닷속 물고기도 날아다니던 새도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가 바닥에 쿵 내려놓는 저 미스터리한 존재는 무엇인지 우리는 명확하게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존재가 하고 있는 행위는 이 대사들을 통해 나타납니다.
첫째, 하늘 위의 미스터리한 존재는 해리의 아버지와 해리를 '집고양이 기생충'과 같은 매개체로 삼습니다. 그리고 이 기생충을 이용해 사슴, 개, 소녀까지, 그들의 접선 포인트로 데려오게 만들죠. 이 곳에서 하늘 위로 솟구친 사슴과 개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둘째, 인간이 연구와 보호를 목적으로 물고기를 잡았다가 다시 풀어준다는 명목 하게 난데없는 곳에 떨궈놓듯이, 하늘 위의 미스터리한 존재 또한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늘로 솟구친 보트 위의 물건들과 물고기들은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 하늘 위의 무엇의 목적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인지, 도와주기 위해서인지 알 방법은 없지만 확실한 것은 다시 돌려보낸다는 것입니다. 돌려보낸 후의 형태가 죽은 물고기와 죽은 해리의 아버지처럼 사망한 상태일 수도 있고, 마지막 장면에 해리의 누나가 가쁜 숨을 쉬며 물 위에서 발견되었듯 살아있는 상태일 수도 있지만 말이죠.
이 영화의 결말까지 보고 난 후 들었던 생각은 이것은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만들어낸 환경영화인가? 였습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을 생각하면 말이죠. 잘 살고 있던 바닷속 생태계에서 갑작스럽게 '들어 올려져' 연구 목적으로 데려가버린 생물들. 연구 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하지만 이미 함께하던 무리도 잃고 자연스러움도 잃은 생명체가 느낄 공포와 부적응. 그 과정에서 죽어나가는 생명들. 이것을 인간의 입장으로 바꿔 만든다면 이런 작품이 탄생했을 테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하늘 위 미스터리한 존재는 신이거나, 외계인이거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에 등장하는, 우리를 관찰하는 어떤 존재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를 들으면 우리에게는 끔찍한 소리로 들린다고 합니다. 블록 아일랜드에서 들리던 정체불명의 그 소리, 그 미스터리한 존재의 말소리가 아니었을까요. 인간을 채취하고, 연구하는 목소리 말이죠.
결말은 이렇게 해석해볼 수 있었지만 사실 영화는 너무 허무하게 끝이 납니다. 그래서 저들이 무엇인데?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이런 질문을 한가득 남겨놓고 끝이 나니까요. 잔뜩 서스펜스만 만들어놓고 감독 혼자 만족하고 끝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저예산 영화치고 미스터리 스릴러로 꽤 괜찮게 느껴졌지만, 그 때문에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졌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특히 이 가족이 분열하게 된 원인, 어머니의 죽음과 섬을 떠나지 않고 아빠 곁을 지키려던 해리, 누나들과의 관계 등이 비치긴 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라면 더 많은 서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음모론 친구도 드라마라면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나도 아쉬웠던 작품, 넷플릭스 미스터리 스릴러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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