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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 넷플릭스 영화 < 문신을 한 신부님 (Chorpus Christi, 2019) > 해석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1. 3. 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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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 넷플릭스 영화 < 문신을 한 신부님 (Chorpus Christi, 2019) > 해석

 

오늘의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폴란드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입니다. 강렬한 포스터, 왓챠 평균 별점 4점(5점 만점)의 작품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작품이자, 생각해볼거리를 던지는 아주 흥미로운 문제작!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 외국영화부문 후보로 오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은 이 영화, 해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습니다. 차갑고도 날카로운 시선이 인상적인 얀 코마사 감독의 2019년작으로, 이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넷플릭스에서 같은 감독의 다음 작품, '헤이터'도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그럼 지금부터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 리뷰, 시작해볼게요.


줄거리

소년원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한 젊은 청년, 다니엘. 소년원에서 하는 짓이나 출소 후에 하는 짓만 봐도 그가 얼마나 양아치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진짜로 원하던 것은 신학교에 들어가 신부가 되는 것. 그러나 그의 전과 때문에 불가능하죠. 다니엘은 토마시 신부님이 연계해준 목공소로 떠납니다. 그러나 목공소에 들어서기 전, 인근 마을을 둘러보다가 성당에 들어가게 되고, 훔쳐온 사제복을 입고 본인을 '토마시 신부'로 소개하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마침 주임 신부가 자리를 비워 대행이 필요한 상황에서 얼떨결에 미사를 집행하게 된 다니엘, 소년원에서 토마시 신부의 미사를 따라합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틀에 박히지 않은 그의 진심 어린 기도가 신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이 미사에 참석하기 시작합니다. 

 

*이하 영화의 스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몇년 전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차량이 충돌하면서 일곱 명이 죽었죠. 사건의 정황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을 잃은 마을 사람들은 다른 한 남자를 가해자로 지목하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의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게 했고, 남자의 부인을 왕따 시키고 있었어요. 다니엘은 신부의 입장에서 이들의 갈등을 풀어주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먼저 성당 앞에 있는 추모의 공간에 매일 모여있는 사람들, 유족들을 모아 기도를 합니다. 죽은 이들을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있도록 각자 간직하고 있던 유품을 건네받고, 마음속 깊숙한 곳에 담긴 울분과 슬픔을 털어낼 수 있도록 소리를 지르게 하는 심리치료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의 장례를 치러주자고 하죠. 여기서 사람들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한편, 목공소에 같은 소년원 출신 청년이 다니엘을 알아보고 맙니다. 그리고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는데. 망했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다니엘은 그냥 지금 그모습 그대로 지내기로 합니다. 목공소의 청년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먹여 살려야 하는 아이도 있는데 앞날이 막막했던 거죠. 다시 다니엘은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시작합니다. 7년 전 그 사고에 특정 가해자라고 할만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섯 명의 아이들은 당일 술과 약을 했고, 가해자로 찍혔던 그 남자는 그날 하필 아내와 크게 싸우고 나갔으니까요.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남자의 장례식 . 다니엘 앞에 진짜 토마시 신부가 나타납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크게 혼을 내는 토마시 신부, 그럼에도 다니엘이 얻은 신망과 마을에 가져온 변화에 놀랍니다. 상황에서도 마지막 미사를 집도하고 마을을 떠나겠다는 다니엘을 보곤, 토마시 신부는 본인이 직접 미사를 집도할테니 교구의 부름으로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고하자는군요. 그렇게 시작된 미사. 다니엘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제복을 벗고 문신을 드러냅니다. 모습을 마지막으로 다니엘은 다시 소년원에 돌아갔습니다. 다시 소년원 안의 원수같은 놈과 피터지도록 싸움박질을 하고, 정면을 응시하며 도망나오는 다니엘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리뷰 & 해석

영화는 가장 아이러니한 연출로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옳고 그름, 죄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 말이죠. 다니엘을 보는 관객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집니다.

 

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간 청년. 소년원에서도 다른 수감자에 집단 괴롭힘을 가하고, 가석방 후에도 약과 여자, 술 등을 탐닉하는 다니엘. 버스 안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는 모습을 보며 관객에게 다니엘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굳어집니다. 거짓말로 신부 노릇까지 하게 되니, 완벽한 나쁜 인간의 모습이죠. 그런 사람이 마을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를 풀어냅니다. 

 

"용서는 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용서는 사랑입니다. 죄지은 사람도 사랑하는 것입니다"

 

다니엘은 신학에 대한 깊은 지식도, 미사에 대한 이해도 없는, 소년원 출신 일반 신도일 뿐입니다. 그런 그가 집도하는 미사와 심리치료는 모두 소년원에서 진짜 토마시 신부가 행하던 것을 모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선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데 필요한 것은 그저 진심과 사랑일 뿐이었습니다. 그 행위가 얼마나 얄팍한 깊이에서 유래했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편견으로 누군가를 증오하고 따돌림시키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용서를 전하는 이상한 신부. 사람들은 성당을 찾고, 기도를 하게 됩니다. 평온을 얻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가짜일 뿐입니다. 다시 소년원에 들어가며, 용서와 사랑을 이야기했던 잠시 동안의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누군가를 미친놈처럼 때려눕힙니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를 완벽하게 단죄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다니엘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가슴 찢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마을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 가해자로 낙인찍힌 가족에 대한 증오 또한 다니엘의 아이러니한 모습과 상이하지 않아 보입니다.

 

피투성이로 관객을 응시하는 다니엘의 마지막 모습에서, 이 성경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 요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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