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드디어 넷플릭스에 새로운 한국영화들이 대거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그 넷플릭스 신작 중 하나,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작품 '국가부도의 날'을 먼저 감상했어요. 2018년 작품으로, 김혜수, 유아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며 뱅상 카셀과 한지민 배우까지 특별 출연하는 이 작품! 기대를 너무 했던 탓일까요? 오늘의 리뷰는 철저하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써 내려가게 될 것 같습니다.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로 들떠있는 1997년 대한민국.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배우)은 경제 위기를 예견하고 계속해서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상부에서 이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지금, 시간이 너무 지체된 상황이었죠. 한시현 팀장은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기까지 1주일의 시간이 남았다고 예견합니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했습니다. 이때부터 한시현 팀장과 재무부 차관은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한시현 팀장은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무부 차관은 국민들에게는 철저히 이 사실에 대해 함구해야 한다 말하죠. 상황은 재무부 차관의 말대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한편, 고려종합금융 직원 윤정학(유아인 배우)은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 늘어나는 회사 부도, 대한민국 경제의 존속 기반인 여신이 무너지는 정황 등을 포착하고 사표를 던집니다. 그리고 투자자를 모아 대한민국 국가부도에 역베팅을 하기 시작하는데. 먼저 달러를 사모으고, 시장에 헐값으로 나오는 부동산을 쓸어 모으기 시작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르는 달러값,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내놓는 부동산 급매물. 한 순간에 이 시점을 포착한 이들은 인생을 뒤집어엎고 거부가 됩니다.
그러나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은 바로 이 사실에 대해 알길이 없던 일반 서민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청업체의 하청업체들, 대금을 어음으로 받던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망해버리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달러로 5억이었던 빚이 두배 세배로 올라가버리죠. 친지들에게 보증까지 서달라고 해서 얻은 돈도 아무 쓸모가 없어지자 본인뿐만 아니라 온 집안 식구들이 모두 망하게 되었고요. 작은 회사들은 부도나고, 폐업하고,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합니다.
이 와중에 국가는 IMF와 협상을 시작합니다. 이것저것 불합리하게 요구하는 것이 많은 IMF. 사실 그 뒤에는 미국의 입김이 거세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한시현 팀장은 이를 막아보려 하지만 통화정책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대규모 구조조정, 비정규직 전환, 헐값에 외국에 팔리는 기업들. 외환위기 시대로 인해 오늘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영화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년 후. 한시현 팀장은 당시 사표를 냈지만 재무부의 요청에 다시 일을 시작하고, 윤정학은 엄청난 투자계 거물이 되어있으며, 망할 위기에 빠졌던 소규모 회사 사장 갑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며 작은 사업을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외환위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던 소수의 사람들은 지금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습니다.
엄청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심지어 IMF 총재로 등장하는 뱅상 카셀과 잠시 특별출연 하는 한지민 배우까지, 이렇게나 배우들이 짱짱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뭘 해요. 열과 성의를 다해 연기하는 배우들이 전하는 대사가 너무너무 유치한데. 이런 각본이라면 초등학생도 쓸 겁니다. 외환위기에 대해 나무 위키 정보를 읽은 사람이 딱 그 정도의 지식과 어휘로 만든 대사들로 난무하는 영화.
초반에 IMF에 대해 쉽게 설명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점은 아주 좋았어요. 정부에서 김혜수는 국가부도까지 7일 정도 남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유아인은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국가가 망하게 되는 구조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아주 확실한 예시로 허준호가 운영하는 작은 그릇 회사가 어떻게 어음을 받고 어떻게 가장 먼저 경제위기의 쓰나미를 겪게 되는지 보여주는 이 부분. 아주 좋은 요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1997년 외환위기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이 초반 영상을 틀어주면 딱 좋겠다 싶었죠.
그러나 정부부처에서 하는 말들은 너무나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오렌지족에게 주먹 날리는 유아인의 캐릭터는 지나치게 과장되게 연출됐으며 서민들의 모습은 지나치게 클리셰한 대사들로 점철되어 있으니. 열연을 하는 배우들이 너무나도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특히 유아인은 그 평면적인 캐릭터 연기를 3D화 시키고 있는데, 그 노력을 배우도 알고 관객도 알지만 감독만 모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마치 배우가 열연하는 어두운 밤거리 촬영 현장에 관객이 뻘쭘하게 함께 서있는 것 같은 어색함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외환위기로 신파극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실 굳이 그걸 또다시 눈물 콧물 짜내도록 조명할 필요도 없죠.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뼈아프게 겪은 현실이기 때문이에요. 현실이 영화보다 더 할 때, 영화의 극적인 장치는 현실성을 지극히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식의 신파는 그만둬야 합니다. 지긋지긋하네요. 예를 들어 볼게요. 열과 성의를 다해 IMF와의 협상을 무산시키려던 한시현은 결국 착잡한 마음에 사표를 던집니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오는데, 사업이 망하고 빚더미에 앉게 된 오빠, 갑수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출 좀 알아봐 줄 수 없냐고 찾아온 거죠. 흔들리는 한시현의 눈빛. 맴이 아파요. 그러라고 만든 장면이에요. 아니, 그렇게 코앞에 닥친 위기를 예견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사람이 중소기업 운영하는 오빠한테는 왜 경고 한 번을 안 해줬냐 이 말이에요. 관객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는 오늘, 이런 식의 연출은 영화에 대한 감명이 아닌 오명만을 남기게 합니다.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반드는 영화라면 차라리 김혜수나 유아인이 맡은 캐릭터를 집중 조명했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두 캐릭터 모두 비중은 있지만 연출로 인해 너무 평면적이었습니다. 김혜수가 맡은 캐릭터인 한시현은 똑똑하지만 여성팀장으로서 그 시대에 차별받는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성차별 장치가 여기에 꼭 필요했나 싶어요. 왜 당시 대한민국 국가부도가 아닌 IMF와의 협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나, 그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면 그 과정이 훨씬 흥미로웠을 것 같아요. 더욱더 사실적이고, 새로운 시각이 담긴 영화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는 유아인이 맡은 윤정학 캐릭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외환위기는 어땠을까요. 국가가 망하는데 베팅해서 부자가 되는 사람, 그 뒤의 씁쓸함. 이 설정을 너무 단순하게 연출한 나머지 미국 영화 '빅쇼트'를 수박 겉핥기 하는 느낌이었어요. 분명 그렇게 해서 오늘날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을 테고, 이건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서 돈을 번 사람들과 또 다른 면으로 연출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새로운 시각은 없고, 아주 기본적인 정보만 가지고 사건을 나열하면서, 그저 있었을 법한 가상의 인물들을 모두가 상상하는 그대로 삽입하는 형식의 영화는 그 시대 뉴스를 다시 보는 것만 못합니다. 차라리 그 시대의 자료를 모아 다큐멘터리를 만들지 그랬어요. 그렇다면 더 현실감 있고 흥미로울텐데 말이에요.
정말 아쉬운 영화. 넷플릭스 공개 작품, '국가부도의 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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