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하는 넷플릭스! 설 연휴에 볼만한 딱 좋은 영화를 들고 왔습니다! 따끈따끈하게 올라온 신작 영화, 톰 행크스 주연의 "뉴스 오브 더 월드 (News of The World, 2021)"입니다! 어젯밤에 가족들과 함께 보았는데,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하게 스릴이 있는 영화이자 가슴 따뜻해지는 작품!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
1800년대 후반, 캡틴 키드(톰 행크스 배우)는 퇴역 군인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뉴스를 읽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깥의 소식을 알 길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소식통이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락시간이기도 한 그의 뉴스 타임. 오늘날로 치면 뉴스 앵커이자 오락프로 진행자라고 볼 수 있겠군요. 모두들 그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어느 날, 그는 인디언 옷을 입고 있는 소녀 하나를 발견합니다. 소녀는 백인이고 독일인인 것 같았지만 영어도 독일어도 못하고 오로지 인디언 말만 할 수 있었어요. 서류를 보니 소녀의 과거는 기구했습니다. 부모님을 인디언에게 잃고, 인디언들과 함께 살아온 것이죠. 사실 정체성은 인디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소녀를 인계하려 하지만 담당자가 없는 상황. 할 수 없이 캡틴 키드는 직접 소녀의 이모와 이모부에게 데려다 주기로 합니다. 무려 650km나 되는 멀고 험한 길을 가야 하는데도 말이죠.
*이하 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조한나. 물론 소녀는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인디언에 다름없는 조한나, 발버둥을 치기도 하고 도망을 가버리기도 하지만 결국 같이 길을 떠나게 되는데. 가는 길에 들린 어느 마을에서 조한나는 캡틴 키드가 뉴스를 읽어주는 것을 흥미롭게 보게 되는데. 그러나 조한나를 인신매매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따라붙었습니다. 처음에는 조한나를 100달러에 팔라고 하더니 이제는 캡틴 키드를 죽여서라도 데려가겠다네요. 캡틴은 조한나를 데리고 돌산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빠르게 추격해오는 못된 무리들. 가지고 있던 총알도 다 썼고, 조한나만 도망가게 하려는데 조한나가 꾀를 냅니다. 새 잡는 총알 속에 동전을 채운 것. 숨 막히는 추격이 이어지지만 결국 두 사람은 살아남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군요. 조한나는 조금의 영어를, 캡틴은 조금의 인디언어를 배웁니다.
그러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가던 길에 또 무시무시한 무리들을 만난 것이죠. 그 일당은 사람들을 세뇌하고 착취해 끔찍한 공정으로 가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위협적으로 본인들에게 뉴스를 읽어달라 합니다. 캡틴이 건네받은 뉴스는 이 곳의 리더를 칭송하는 프로파간다나 다름없었어요. 그 뉴스를 읽는 대신 캡틴은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로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선동하는데 성공합니다! 혼란을 틈타 도망 나온 두 사람!
가는 길에 조한나가 어릴 적 살던 집에 도착합니다. 그 당시의 끔찍한 현장이 그대로 남아있었죠. 캡틴은 조한나에게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조한나는 과거를 기억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던 중, 사고로 마차와 말을 잃습니다. 허허벌판을 걷고 또 걸어야 하는 상황, 소녀가 쓰러진 그 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모래폭풍이 불어옵니다. 소녀를 잃었다고 생각한 그때, 저 멀리 소녀가 보입니다. 지나가는 인디언 부족에게 말을 얻은 소녀. 두 사람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마침내, 조한나의 이모와 이모부 집에 도착해 그녀를 내려줍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 이모와 이모부도 딱히 내켜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말이에요.
캡틴은 이 곳을 떠나 아내와 살던 샌안토니오에 도착합니다. 늘 아내가 샌안토니오에 있다고 말했던 캡틴. 사실 아내는 캡틴이 전쟁터에 있는 사이 전염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캡틴은 이제까지 그 사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이 곳에 돌아오지 않았던 것. 캡틴은 집을 둘러보고, 아내의 묘지를 찾아 반지를 가져다놓습니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길로 말을 타고 다시 달리는 캡틴. 다시 도착한 조한나의 이모집. 조한나는 마당에 묶여있었습니다. 그런 조한나를 풀어주고, 미안하다 사과를 하는 캡틴. 두 사람은 다시 함께하기로 합니다. 마지막 장면, 캡틴의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 뒤에 웃고 있는 조한나도 보이는군요. 이를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톰 행크스 아저씨... 이제 나이 많이 드셨네요... 늘 따뜻한 눈빛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유난히 그 깊은 눈빛에서 오는 여운이 길었습니다. 마치 예전 로빈 윌리엄스의 눈빛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인디언과 독일 이주민 사이의 애매한 정체성을 가진 소녀는 독특한 마스크와 분위기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그저 멀고 위험한 길을 함께하며 소녀의 집을 찾아주는 것이 전부인 줄거리이지만, 오글거리지 않고 아주 담백하게 연출한 두 사람의 관계와 연결되는 마음이 보는 사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많이 아시다시피 본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쫄깃한 액션 사이 서스펜스를 그렇게나 잘만들던 이 감독. 어쩐지 중간에 추격씬과 총격씬이 어찌나 쫄깃하던지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지난 작품, 넷플릭스 영화 '7월 22일'부터 노선을 좀 변경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오락에 초점을 둔 액션 영화가 아니라, 비탄의 사건 그 이후,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제작하고 있죠. 이 영화는 그 부분에서 7월 22일과 유사합니다. 두 사람이 겪은 끔찍한 과거를 직접 관객에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에요. 상처가 무서워서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캡틴. 기억을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조한나. 7월 22일에서 끔찍한 사건 이후의 사람들의 모습을 그저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았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인디언 소녀, 조한나를 통해 아픈 과거를 너머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포인트는 시대상입니다. 1870년대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의 미국 남부. 남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흑인 노예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로 인종차별이 만연했죠. 미국의 각 주는 아직 연합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지역마다 특색이 모두 달랐습니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이주민들,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인디언들, 이 곳을 차지하는 백인들, 그리고 끊임없는 노동착취. 인디언과의 전쟁이 발생하고, 노동운동이 생겨나고, 전장에서 복귀한 퇴역군인들은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니고, 미국을 가로지르는 기차가 다니는 시대. 끊임없는 발전이 이루어지는 시기,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곳곳에 산재했는지, 그것이 개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에서, 캡틴이 읽어주는 뉴스에 웃던 사람들, 그 사람들을 보고 안정감을 느끼던 조한나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잔잔하고 여운이 긴 영화를 찾으신다면, 톰 행크스 아저씨 버전의 레옹,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를 추천드립니다. 절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전개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 이번 연휴, 함께 보기 좋은 영화 한 편 넷플릭스에서 느긋하게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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