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5일, 드디어 240억이라는 돈을 들이고도 코로나 때문에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한 승리호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김태리, 송중기, 진선규, 유해진 주연의 SF영화로 이제까지는 우리나라 첫 번째 우주 액션 영화입니다. 엊그저께 강남역을 지나가다 보니 거대한 우주선이 강남역 한복판에 추락한 모양새로 연기까지 나고 있더군요. 많은 돈을 들인 작품인 만큼 홍보에도 크게 힘을 쓴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넷플릭스에 팔렸고, 금요일인 오늘 저녁부터 이번 주말 사이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예정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영화를 보기 전 별점이라도 확인하고 감상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오후 5시에 공개되자마자 감상했죠. 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오늘은 다른 누구와도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로지 제 취향과 의견만을 담은 리뷰를 써보고자 합니다.
2092년. 지구는 이미 병들었고, 상위 몇 프로의 소수만이 UTS라는 이 시대를 이끄는 거대 기업이 우주에 만든 깨끗한 공간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염된 지구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죠. 우주에는 지구에서 쏘아 올렸던 위성, 우주선, 부속품 등 수 없이 쌓인 쓰레기들을 치우는 각국의 청소선들이 있습니다. 그중 한국의 청소 우주선, 승리호! 여기에는 우주 해적 출신 장 선장(김태리 배우), UTS의 소년군이자 최정예 군인 출신 김태호(송중기 배우), 무섭게 생겼지만 속은 또 따뜻한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배우), 그리고 인간 피부 이식이 꿈인 로봇 업동이(유해진 배우)가 선원으로 타고 있죠. 우주 쓰레기 주워 파는 일로 돈을 버는 이들. 현실은 뭘 해도 늘 가난할 뿐입니다.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던 어느 날, 버려진 트렁크 안에서 꼬마 여자아이 하나를 구하게 됩니다. 알고 보니, 지금 뉴스에서 계속 경고하고 있는 어린아이 모양을 한 아주 위험한 폭탄이라고 하네요! 승리호 안은 한바탕 난리가 나지만, 선원들은 이 로봇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돌려주는 대신 대가를 받자고 작당합니다. 로봇인지 아인지 모를 이 친구를 데려다주고 200만달러를 받기로 한 상황! 그러나 그 자리에서 아이가 실종되고, 공격을 받으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죠. 그 사이 선원들은 귀여운 꼬마 로봇과 정을 붙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차차 눈치채게 되죠. 이 아이는 폭탄도, 로봇도 아니고 그저 인간 '꽃님이'이며, 죽은 토마토를 살려내는 등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이하 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꽃님이는 정거장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누군가에게 납치됩니다. 승리호 선원들이 납치 주동자들을 잡아놓고 보니 언론에서 극렬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검은 여우단'이었습니다. 위험한 존재들인줄 알았는데, 검은여우단 사람들은 사실 환경단체였다고 털어놓는군요. 검은여우단은 UTS의 화성개발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불모지였던 화성이 UTS가 개발한 나노로봇의 기술로 아름다운 파라다이스로 자라나는 동안, 지구는 황폐한 상태로 방치되는 것에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꽃님이가 있었습니다. 뇌신경이 파괴되는 병을 지닌 꽃님이를 구하기 위해 꽃님이의 아빠 강 박사는 나노로봇을 꽃님이에게 주입했고, 이로서 아이가 살아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나노 로봇과 소통하게 되면서 죽은 식물을 되살리는 능력이 생겼던 것이죠.
그렇게 UTS의 리더 제임스 설리반의 계획이 점점 실체를 드러냅니다. 그가 지도하는 UTS의 목적은 지구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지구에 남은 사람들을 비열하고 열등한 생명으로, 우주궤도의 새로운 거처에 시민권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우등한 생명체로 여기며 이 우등한 존재들만 UTS가 되살린 화성에 새롭게 정착해 사는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죠. 결국 설리반에게 이 꼬마 아이는 본인의 계획을 망가트릴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강박사와 꽃님이를 만나게 해 준 그 순간, UTS 군인들이 들이닥쳐서는 검은여우단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강박사도 죽여버립니다. 선원들도 큰 위기에 처했죠. 여기에 설리반 회장이 나타납니다. 꽃님이를 데려가는 대가로 돈을 잔뜩 주는 설리반 회장은 그 돈을 집어 드는 태호를 비난합니다. 태호에게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본인의 실수로 사랑하는 딸을 우주에서 잃었고, 그 딸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딸을 찾으러 나선 태호. 그러나 딸이 쓰던 연습장에 써진 말을 보고 마음을 바꿉니다.
지구는 위험에 처했습니다. UTS에서 위성궤도에 있는 거대 공장을 폭탄과 함께 지구로 날려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지구와 대다수의 사람들을 없애고 시민권자들만 화성으로 이주할 생각인 설리반 회장. 승리호는 폭탄을 빼내서 먼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선원들은 모두 폭탄을 멀리서 터트리며 함께 죽을 생각이었죠. 이 과정에서 각국의 우주 쓰레기 처리 청소선들이 힘을 합칩니다. 승리호에 꽃님이가 타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따라온 설리반 회장은 결국 그 먼 곳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승리호의 선원들이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꽃님이가 우주에 떠도는 없어지지 않는 나노로봇들을 통해 승리호를 구해냈습니다. 지구는 살아남았고, 모든 사람들은 UTS 설리반 회장의 진실을 알게 되었죠. 승리호 선원들은 이 사건으로 큰 보상을 받았고, 이제 꽃님이는 승리호 선원들과 함께 지내며 지구를 재건하기 위해 힘쓰게 됩니다.
한국에서 만든 첫 번째 우주 SF 블록버스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대한 것 보다 CG가 훨씬 뛰어났거든요. 돈 꽤 많이 들었을 텐데 이 정도면 한국영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이 점에서 박수! 아쉬운 점이라면 이렇게 돈 많이 들여서 화려한 액션 씬을 만들어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 화면에서 볼 수 없다는 점?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걸 영화관에서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에잇 이놈의 코로나!
그러나 영화는 CG만 발전했다고 재미있는 영화도, 좋은 영화도 아닙니다. 그런거라면 반지의 제왕 찍을 때쯤 이 영화가 나왔어야겠죠. 우주 액션 구현이 매우 뛰어나긴 했지만 배우들이 나오는 장면과 우주 액션 장면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화려하긴 했지만 지루했어요. 물론 이건 개인 취향일 수 있습니다. 전 '강, 강, 강'이 계속되는 아쿠아맨 액션신을 보면서도 졸았거든요. 수많은 우주 액션 영화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넘어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까지 섭렵한 오늘날의 관객에게 먹히는 우주 액션 영화를 만들기란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관객의 눈높이나 너무나도 높아져버렸으니 말이죠.
그래서 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고가 들었을 것으로 큰 박수를 드리는 바이나, 영화 자체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재미있는 영화라 하면, 이게 이렇게 전개가 된다고? 그다음에 뭐가 나올까? 이런 궁금증을 끊임없이 자아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없습니다. 진부하다는 뜻이에요. 좀 보다 보면 대충 예상이 갑니다. 돈을 많이 발랐으면 뭘 합니까... 대사가 지나치게 후진 것을... "자 오늘도 한 번 벌어 볼까?" 이거 포켓몬스터에서 로켓단이 하는 말 아닌가요...? 심지어 영어 대사도 진부해... 너무 구려...
게다가 설명이 필요한 설정이 너무 많아요. 황폐화된 지구도 설명해야 하고, UTS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설명해야 하고, 시민과 비시민을 구분하는 사회적 문제도 이야기해야 하고, UTS 회장의 엘리트주의도 설명해야 하고, 꽃님이의 존재도, 태호의 과거도 구구절절 다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살려야 할 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살려야 할 것이란 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이게 할 부분이죠. 이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배우 네 명이 등장합니다. 송중기,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 이 배우들을 데려왔으면 이 사람들 매력이 뿜어져 나오게 해야죠. 다른 것들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쓴 나머지 네 명의 배우가 아주 평면적입니다. 각 캐릭터의 차이가 뭔지를 모르겠어요. 가장 많이 보여주는 태호의 슬픈 과거는 너무 지루한데 공감도 잘 되지 않았죠. 오히려 가오갤의 드랙스같은 타이거 박, 뭔가 엄청난 과거가 있는 것 같은 장 선장, 그리고 업동이의 이야기가 진짜 궁금했습니다. 아, 로봇 업동이 설정은 참 신선했던 것 같아요. 피부이식을 위해 돈을 모으는 로봇이라니! 그것도 여성성의 외모를 원하고 있다니. 캐릭터들을 밋밋하게 눌러버린 것은 큰 실수입니다. 잘 살린 캐릭터의 힘, 이미 기존 영화들로 증명되지 않았나요? 예를 들면 '도둑들'에서 전지현 배우가 맡은 '예니콜'이라거나, 작년 개봉한 '반도'에서 구교환 배우가 맡은 '서 대위' 같은 캐릭터 말이에요.
영화 승리호, 올해 상반기 기대작이었는데, 조금 덜 진부하고, 조금 덜 유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넷플릭스 공개라 좋은 점도 있어요. 그냥 한국 배경으로 그치지 않고, 각국의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한국인으로서 영화의 진부함을 비판했지만 외국에서는 또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왓챠에서 준 영화 승리호 총 별점은 5점 만점 중 2.5점입니다. 액션과 미장센은 나쁘지 않지만 재미가 부족하다. 이 글을 보신 여러분의 후기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영화 리뷰에는 모두 개인의 취향이 담겨있으니, 모두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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