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주에는 몰몬교 근본주의자들이 살고 있는 로클랜드라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이들은 특이하게도 거대한 바위 밑에 동굴을 뚫고, 그 자리에 집을 세워서 살고 있죠. 로클랜드의 사람들은 서로 도우며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드넓은 황야 한가운데 자리한 이 곳은 약 20가구가 사는 커뮤니티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이 시대에도 일부다처제 문화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 이집 저 집 모두 한 명의 남편에게 2명 이상의 아내가 있습니다. 시작부터 흥미롭죠?
이미 두 아내를 두었지만 세 번째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포스터네 가정이 나옵니다. 두 번째 아내는 곧 아기를 출산할 예정이에요. 열여섯 명의 아이들을 둔 집이 더욱 복작복작해지게 생겼습니다. 물론 세 번째 결혼을 해서 아내를 맞이하는 일은 다른 두 아내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일이고, 아이들의 의견도 들어야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까지 대가족이 또 다른 아내를 맞이하려는 이유. 근본주의 몰몬교에서는 이 땅에 태어나 많은 아이들을 낳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습니다. 많은 아내를 두는 것, 그 아내와의 사이에서 많은 아이를 낳아 많은 사랑을 누구에게나 주는 것, 그것을 신에게 가까워지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죠. 1부는 이들의 삶을 소개하는 듯 전개됩니다.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에 둘러싸인 그들의 얼굴에는 늘 행복이 있습니다.
2부가 시작되면 역시나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는 우려가 현실이 됩니다. 과연 여러 명의 아내들은 서로 문제 없이 잘 살 수 있을까요? 포스터 집 이웃에는 에이블이라는 남자가 세 명의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아내는 이 삶에 꽤나 만족하고 있지만, 두 번째 아내는 불편한 표정입니다. 12명의 어린아이들을 케어하는 것에 힘든 표정이 선하고, 특히나 세 번째 아내와 뭔가 트러블이 있죠. 세 번째 아내는 3년 전에 에이블과 결혼한 여성입니다. 문제는 그녀가 남편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다른 아내들과 시간을 보낼 때 계속해서 질투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두 번째 아내의 결혼기념일에 심통을 잔뜩 부려서 기념일을 망쳐버리기도 했습니다. 남편 에이블은 아내들과 하루씩 돌아가면서 잠을 자고,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며, 사랑은 넓혀나가는 것이지 일정 양을 세 명을 위해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겪는 문제들이 신이 내려준 것이며, 이를 극복해나가는 데 배움이 있고 성장이 있다고 여깁니다. 두 번째 아내와 세 번째 아내는 겨우 마음을 터놓고 서로의 문제를 개선해나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에이블의 형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에게는 두 명의 아내가 있었죠. 형은 에이블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습니다. 본인이 죽고 나면 자신의 두 명의 아내와 결혼해 아내들과 아이들을 책임져달라고 말이에요. 에이블은 형의 유언을 받들 생각입니다. 이제 다섯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되어 19명의 아이들의 아빠가 되겠군요. 에이블의 세 아내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합니다. 이 것이 옳은 일인 줄은 알지만 결코 본인들이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겠죠.
로클랜드의 사람들은 시내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바깥의 사람들은 모를 정도입니다. 그래서 밖에 장이라도 보러 나가는 날에는 아내들의 관계에 대해 이상하게 보는 눈초리를 견뎌야 하죠. 일반 사람들과 다른 생활방식으로 산다는 이유로 세상의 눈치를 보는 대신 본인들끼리 조용히 살기로 한 것인데. 이들은 이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유타주에서 일부다처제를 금지하는 법이 통과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부다처제가 아내들을 억압하는 제도이며,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더 많은 가정폭력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수많은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이 파괴되고 결혼한 아내와 남편 모두가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상황. 조용히 살던 근본주의 몰몬교 신자들이 드디어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먼저 든 생각은 세상에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 놀라움이었어요. 아이를 많이 낳고 번영하는 것,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 믿는데 그들이 사는 소박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면 철저하게 그들의 신앙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단한 것이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산다면 그들이 믿는 대로 행동하며 사는 삶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의심과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봤는데 점점 그런 생각은 없어지고 이질감만 남게 됩니다.
아내들은 이런 삶을 본인이 선택한 것이며, 신앙에 따라 사는 삶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이 로클랜드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다를 수는 없겠죠. 서로를 향한 질투, 나 말고 다른 두 여자도 사랑한다는 남편의 마음을 향한 의심이 어쩔 수 없이 자리잡습니다. 완벽하게 앙숙처럼 지낸 아내들도 있어요. 그들이 '선택'한 삶이라고는 하지만, 일부다처제로 인해 여성들이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사는 것, 이를 견뎌 내며 살면서 억압받는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일례로 에이블의 세 아내들은 셋이서 해변으로 긴 휴가를 떠나기로 합니다. 너무 오래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냐는 남편 에이블. 첫 번째 아내는 이렇게 따집니다. 당신은 세 명의 아내를 두어서 세 번의 환상적인 신혼여행도 즐기고 매 년 세 번의 결혼기념일을 즐기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라고 말이죠. 이 부분에서 이들 삶에 명백한 문제가 있음이 단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정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남들이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사정도 들어주지 않고 불법화 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음지에 몰아두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들의 종교와 삶을 인정해주면서 사회가 우려하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들에게 관심을 더 가져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거기서 튀어나오는 문제들을 인지하게 하고, 이에 도움을 주는 사회가 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요즘 넷플릭스 다큐에 푹 빠져서 1일 1다큐를 하는 중입니다. 조만간 넷플릭스는 다큐 맛집 편으로 돌아와야겠어요. 신선한 시각, 새로운 문제제기, 흥미로운 연출과 구성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항상 실화가 영화보다 더 한 법. 여러분의 시각을 더욱 넓혀줄 충격적인 지구 저 편의 이야기, '세 여자와 사는 남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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