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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 연기를 이렇게 잘하다니 - 영화 < 소리도 없이 (Voice of Silence, 2020) >

진득한 영화리뷰

by 호누s 2020. 12. 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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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 연기를 이렇게 잘하다니 - 영화 < 소리도 없이 (Voice of Silence, 2020) >

지난 10월 개봉한 유아인 주연의 신선한 스릴러,

'소리도 없이 (Voice of Silence, 2020)' 입니다!


1. 영화 정보

영화 정식 포스터

1. 감독: 홍의정

2. 출연진: 유아인, 유재명, 문승아

3.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4. 러닝타임: 1시간 39분


2. 줄거리

성실하게 일하는 두 남자 태인과 창복

말 못 하는 남자 태인(유아인 배우)과 한쪽 다리를 저는 독실한 기독교인 창복(유재명 배우)은 범죄조직의 시체 수습을 담당하는 하청업체입니다. 현장에 먼저 세팅해놓은 비닐을 깨끗하게 치우고, 시체를 잘 묻어주고, 기도하며 명복까지 빌어주는 것이 이들의 일이죠. 하는 일이 특수할 뿐, 둘은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갑니다. 창복은 태인을 잘 챙겨주고, 달걀을 떼와서 파는 일도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 범죄조직의 용석 실장이 이번엔 좀 다른 일을 맡기겠다 합니다. 사람을 한 명 데리고 있어 달라는 요구였죠. 시체 처리 일이 아니라면 맡지 않겠다고 하는 창복. 그러나 하청업체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하라면 해야죠. 돈도 준다니까요. 태인은 오만방자한 표정의 실장 놈이 맘에 안 듭니다. 

토끼 가면을 쓴 초희

그래서 실장이 시킨 장소로 찾아갑니다. 여긴 유괴범죄 전문 하청업체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문을 열었더니, 웬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를 맡아달라는 거였군요? 몸값을 받아 낼 때까지만 데리고 있어 달라는 겁니다. 이런 일은 해본 적도 없지만 뭐 어떡해요, 그냥 데리고 갑니다. 아이 이름을 물어보니 '초희(문승아 배우)'라고 합니다. 이 상황이 무서울 수도 있는데, 울지도 않고 '아저씨 저 죽어요?' 하고 물어보는 초희. 인심 좋은 창복 아저씨는 아빠가 곧 데리러 올 테니 하루만 착하게 있자고 아이를 달래죠. 그리고 창복은 태인에게 초희를 좀 데리고 있어 달라고 합니다. 싫은 티 팍팍 내는 태인. 태인의 집은 길에서 한참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시골 중의 시골입니다. 초희를 뒤에 태우고 달립니다. 맨날 마주치는 동네 할머니가 나타납니다. 할머니를 보자마자 도와달라고 달려가는 초희. 이상하게도 할머니는 오빠 말 잘 들으라며 태인에게 돌려보내죠. 이번엔 초희를 뒤에 꽁꽁 묶어 뒤에 태웁니다. 

이제 여러분이 직접 몸값을 받아내는 겁니다

다 낡은 비닐하우스 안 지저분 그 자체인 집. 문을 여니 이불속에서 나타나는 꼬질한 여자아이. 태인에게는 어린 여동생이 있었네요. 아이를 데려오긴 데려왔는데 태인은 평소 하던 일과 달라 아주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동생이 있으니 아이를 집안에 가둬둘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작업장으로 초희를 데려갑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이번에 처리할 시체는 그놈의 용석 실장이네요. 아이를 맡아 달라는 이 일을 맡긴 그 인간 말이에요.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초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아빠는 언제 오냐고 묻는 초희를 조금 더 달래 봅니다. 피가 오가고 시체를 묻는 장면을 봐도 무덤덤한 반응의 초희. 한 편 창복은 유괴범죄 하청업체 직원에게 전화를 겁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유괴범죄 하청업체 직원은 우리끼리 아이 몸값을 받아서 나눠먹자고 제안합니다. 본인들에게 아이를 맡기면 귀찮은 일 처리해주는 비용을 대라고 요구하는 유괴범죄 직원. 그렇지 않으면 그냥 아이를 인신매매업자한테 팔면 된다네요. 어쩔 수 없이 태인과 창복은 아이의 몸값을 받아내는 일을 해내기로 합니다. 그야말로 진짜 유괴범이 되어 버렸군요. 

 

 

결말 * 스포 주의 *

창복은 몸값을 받기로 한 장소에서 잠복합니다. 그리고 까만 가방을 놓고 가는 파란 모자의 남자를 보았죠. 가방을 손에 넣는데 성공은 했지만 창복의 불안감은 점점 심해집니다. 자꾸만 누가 쫒아오는 것 같아 눈치를 살피며 도망가던 창복. 뛰어 내려가던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고 맙니다.  

두고 가지 말아요

창복에게 전화가 오지 않으면 아이를 닭집으로 데려가라는 말을 듣고 결국 초희를 데리고 닭집에 도착한 태인. 닭집은 사실 어린이 인신매매업자의 집이었습니다. 비몽사몽 쓰러져있는 아이들이 뒤로 보이고, 초희에게 소주를 탄 요구르트를 먹이는 인신매매업자. 태인은 그렇게 초희를 버려두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자꾸만 마음이 쓰입니다. 정이 들어버린 걸까요? 그동안 태인의 집에 있으면서 동생에게 언니처럼 청소와 빨래를 가르쳐주고, 놀아줬죠. 그리고 태인이 입고 싶어 갖다 둔 죽은 용석 팀장의 양복을 깨끗하게 빨아서 걸어둔 것을 본 순간, 태인은 미친 듯이 자전거를 타고 달립니다. 결국 초희를 구한 태인. 초희는 태인을 때리며 발버둥 칩니다. 태인이 약을 사러 간 사이, 초희는 도망갑니다. 밤이 되고, 사라진 초희를 찾아 나선 태인. 초희는 그 사이 지나가던 술 취한 아저씨를 만나 도와달라고 합니다. 본인이 경찰이라는데 뭔가 이상해 보이는 아저씨. 뿌리치고 도망가는데. 결국 초희와 태인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번엔 얼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태인의 손을 초희가 이끌고 집으로 향합니다. 사실 아까 그 이상한 아저씨는 진짜 경찰이었습니다. 그는 여경 후배를 호출해 아이가 길을 잃은 것 같았다고 부탁하죠. 여경은 태인의 집으로 찾아옵니다. 경찰을 본 태인, 당황해 몸싸움을 벌이다가 여경이 죽었습니다! 초희가 삽을 갖다 줍니다. 

 

다음 날, 태인은 초희의 짐을 챙겨 대전으로 향합니다. 초희의 학교로 초희를 데려다주는 태인. 운동장에서, 초희는 선생님을 부릅니다. 놀란 마음에 그 자리에 주저앉는 담임선생님. 초희의 손을 놓지 못하는 태인과, 손을 빼내 선생님에게 달려가는 초희. 저 사람은 누구냐 묻는 선생님에게 초희는 귓속말을 하고, 선생님은 '유괴범이야!' 소리 지릅니다. 태인은 냅다 도망칩니다. 초희의 부모님이 운동장에 도착하고 초희를 부르는데. 초희는 그런 부모님을 보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합니다. 


3. 리뷰 & 해석

  말을 못 하고, 다리를 저는, 비주류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순박하고 착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엄연히 '시체유기'라는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의 선한 느낌, 그리고 영화가 주는 가벼운 분위기에 넘어가서 범죄가 아닌 것처럼 느끼게 되죠. 그래서 우리는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당신들은 착한 사람이니까, 아이도 착하니까, 결국 의도치 않게 몸값을 받아내더라도 아이를 무사히 집에 돌려보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가벼운 생각을 하게 되죠. 우리는 그렇게 주인공들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아이는 착하게 말을 잘 듣는 것 같다가도 도망갈 궁리를 하고, 험한 꼴을 보지 않도록  눈치를 살살 봅니다. 아이에게 이 상황은 두려움과 끔찍함 그 자체겠죠. 그냥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잘못된 행동을 한 우리는 머릿속에서 자기 보호 본능을 작동시킵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으니까 시체유기를 하고 돈 버는 거야. 어쩔 수 없으니까 아이를 유괴하는 거야.' 그러나 마음은 머릿속에서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죄책감이 자리 잡습니다. 그래서 창복은 누가 따라오는 것도 아닌데 불안에 덜덜 떨다가 급사했고, 태인은 초희를 구하러 달리는 차 안으로 미친놈처럼 뛰어들었죠. 지금도 수많은 범죄가 우리 주변에서 소리도 없이 자행됩니다. 영화 신세계에서처럼 무겁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는 그저 가벼이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르죠. 영화 소리도 없이는 그런 점에서 선과 악에 혼란이 오는 그 모호한 경계를 그린, 신선한 블랙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도 없이'라는 제목. 이 영화의 모든 것과 일맥상통합니다.말을 하지 못하는 남자, 소리 없이 다닙니다. 시체를 유기하는 일, 앞에 나서는 일은 아닌, 소리 없는 일. 예상치도 못하게 맡게 된 아이. 그러나 다른 아이들과 달리 단 한번 우는소리 내는 법이 없는 아이. 계단에서 굴러 소리 없이 죽는 남자.

 

  그중 태인과 초희에게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초희는 우는 소리도, 아빠가 보고 싶다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살기 위해 '소리 없이' 눈치를 보고 행동을 합니다. 아저씨들을 따라다니고, 동생을 돌봐주고, 양복을 세탁해주면서요. 그러면서도 도망갈 순간만 눈치 보고 있습니다. 그저 3대 독자인 남동생이면 전부인 집에서 찬밥처럼 자랐는지, 생존을 위한 눈치를 키웠겠죠. 태인을 신경 쓰는 척 행동했다가도 학교에 도착해 결국 저 사람이 유괴범이라 말하는 표정. 드디어 부모님을 만났는데 울며 달려가 안기기는커녕 말없이 90도로 인사를 하는 표정. 이 마지막 장면에서의 아이의 표정이 유난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두 인물의 공통점은 대부분 말보다는 표정과 눈빛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유아인의 연기는 엄청난 흡입력이 있습니다. 맷돌 찾던 조태오는 어디 갔을까요? 그저 살집 퉁퉁한 시골 청년뿐입니다. 처음엔 그저 이 상황이 귀찮기만 한 것 같네요. 초희는 태인과 동생, 창복의 일상에 물들고, 그런 초희에게 소리 없이 정드는 태인. 만사 귀찮고 생각 없는 단순한 캐릭터, 태인의 표정 속에서 내면의 갈등이 '소리도 없이' 전달됩니다.

 

  이런 둘이 감정적으로 통하는 순간은 서로 대화를 하는 순간이 아닌 손뼉을 치며 서로를 안심시킬 때뿐입니다. 화장실이 무서운 초희를 위한 태인의 박수, 여경을 묻는 태인을 안심시키는 초희의 박수. 우리의 진심은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 아닌 행동, 눈빛, 표정에서 '소리도 없이' 전해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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