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하나를 깊게 파보는 진득한 리뷰 2편입니다.
어제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소설 원작 영화 한 편을 감상했습니다.
에밀 아자르의 원작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던 터라 보자마자 재생을 눌렀어요.
오늘의 리뷰는 이탈리아 영화, 자기 앞의 생 (The Life Ahead,2020)입니다.
1. 감독: 에도아르도 폰티
2. 출연진: 소피아 로렌, 이브라히마 게예
3. 장르: 드라마
4. 러닝타임: 1시간 34분
11월 13일, 최근 갓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자기 앞의 생입니다.
아름다움과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대배우 소피아 로렌이 주연으로 11년 만에 스크린에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그녀는 벌써 여든셋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 에도아르도 폰티가 바로 그녀의 아들이랍니다.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영화, 자기 앞의 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이탈리아의 어느 소도시, 모모라는 고아 소년은 의사선생님 집에 위탁된 아이입니다. 소년의 이름은 모하메드, 그렇지만 이름이 너무 길다며 모모라고 불리길 원하죠. 소년을 아끼던 의사 선생님은 어느 날 모모를 자신의 환자이자 친구인 마담 로사에게 맡기게 됩니다. 아이에게 어른 여자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면서 말이죠. 마담 로사는 매춘부들의 아이를 맡아서 돌봐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모를 맡기를 거절했지만, 아픈 사연이 있다는 말을 듣고 돌봐주기로 합니다. 마담 로사의 집에는 다른 층에 사는 트랜스젠더 롤라의 아들 바부와 잠시 아이를 맡아달라더니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둔 이우시프도 있죠. 티격태격 하지만 어쨌든 보육원에 가기 싫은 모모는 이 곳 사람들과 어울리며 정착합니다. 엄마를 생각하며 암사자 그림을 그리고, 낮에는 마약을 팔면서 말이죠. 마담 로사는 아이에게 남자 어른이자 회교도 신자로 도움을 줄 친구, 하밀 아저씨에게 모모에게 잡화상 일을 시켜달라고 합니다. 사자그림이 그려진 양탄자를 다듬으며 하밀 아저씨와 가까워지는 모모. 꿈에서는 암사자가 등장해 모모를 핥아주며 장난을 칩니다.
한편 마담 로사는 마음이 복잡해지면 지하실에 있는 비밀의 방을 찾습니다. 그 곳에서는 안정감이 든다는 그녀. 그녀의 팔목에 있는 번호와 함께, 사실 그녀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그 곳에서 힘든 일을 겪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지하실을 모모에게 들킨 후 크게 화를 냈지만, 이 곳의 의미를 모모에게 설명해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사가 이상하다고 이우시프가 소리칩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옥상에서 멍하게 앉아있는 마담 로사. 그리고 그와 비슷한 일이 바부의 엄마 롤라와 함께 있다가 또 발생하죠.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된 모모는 그녀의 병을 숨겨줍니다. 그 사이 엄마가 찾으러와 마담 로사의 집을 떠나는 이우시프,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후 더욱 외로워진 모모. 이런 모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이제 마담 로사 뿐입니다. 둘 사이에는 이렇게 끈끈하고 슬픈 유대감이 형성되죠. 마담 로사의 병이 치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지하실을 더욱 안전하게 느끼던 마담 로사에게 모모는 약속을 합니다. 그녀가 병원에 가지 않고 이 곳에 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요.
갑자기 마담 로사의 상태가 심각해집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녀. 그리고 모모는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합니다. 밤늦게 병원에 들어가 마담 로사를 휠체어에 태우고 집까지 돌아왔죠. 그리고 지하실로 옮깁니다. 외부에서는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난리가 났지만, 지하실에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게 모모는 마담 로사 곁을 지키며, 그녀가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고향집에 피었던 미모사를 선물합니다. 화면은 이웃집 롤라가 바부와 함께 돌아왔다가 깜짝 놀라 도망가는 모모의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마담 로사는 그녀의 안식처인 지하실에서 모모와 함께 있다 죽음을 맞은 것이었죠. 마담 로사의 장례식이 진행됩니다. 마담 로사의 무덤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길, 저 멀리 암사자가 보입니다. 이번엔 다가오지 않고 가만히 엎드리는 암사자. 그리고 모모도 거기서 작별인사를 하고, 하밀 아저씨, 롤라 아줌마, 바부, 의사 선생님과 함께 돌아가는 모습으로 영화가 막을 내립니다.
개인평점: ★★★☆☆
개인적으로 원작 소설을 너무 감명깊게 읽었던 터라, 이 영화는 소설이 줬던 그 깊이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모모가 좀 더 어린 나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영화에서는 꽤 큰 소년으로 나옵니다. 소설에서는 이 안타까운 상황에도 담담한 듯이 그려지던 모모의 순수한 생각과 감정이 이 영화에서는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것 같아요. 로사 아줌마는 좀 더 나이 들고 뚱뚱하게 묘사되어서 소피아 로렌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감이 있었고요. 하밀 아저씨와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영화에서는 많이 삭제되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로만 보자면 소피아 로렌과 모모로 등장하는 이브리히마 게예의 연기가 참 좋습니다. 영화의 분위기가 따뜻해 안타깝지만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모모가 결코 그릇된 길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도 갖게 되죠. 영화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 아이가 자라는 데 주변의 따뜻한 눈빛과 사랑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는 각자의 힘든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음 날을 살아내고, 어떤 힘으로 삶을 지탱하는지 알 수 있어요. 단호하고 무뚝뚝하긴 하지만 속으로는 여린 마음을 가진 마담 로사는 사실 홀로코스트 생존자입니다. 나치로부터 숨기 위해 가족들과 어떤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 그리고 수용소에서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병원에 입원하기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그녀의 모습, 아무도 모르는 안전한 지하실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고통과 외로움을 치유해 주는 것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주변의 사람들과 그녀를 잃고 싶어 하지 않았던 어린 모모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영화 속에서 마담 로사는 희망을 버리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지만, 영화는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곧 희망임을, 전하고 있습니다.
애잔하지만 따뜻한 이 영화, 마음에 위로가 필요한 여러분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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